[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출근길 교통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교통사고 직후 의식이 정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뇌출혈이 교통사고로 유발됐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3월 새벽 4시께 출근하던 중 전신주를 차로 들이받았고 이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A씨는 2021년 A씨는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뇌출혈이 발생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며 요양급여 신청을 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뇌출혈이 교통사고와 관련없는 ‘자발성 뇌내출혈’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기존에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어 뇌출혈을 업무상 과로에 따른 것이로 보기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쟁점은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었다. A씨가 과로로 졸음운전을 해 교통사고를 냈고 이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다. 반면 A씨가 뇌출혈로 의식이 저하돼 교통사고를 낸 것이라면 업무상 과로로 뇌출혈이 발생했는지를 증명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법원은 A씨가 사고 직후 의식이 분명했던 점을 근거로 교통사고 이후에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A씨는 (목격자를) 붙잡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119 구급 활동 일지 상 원고의 이식상태는 ‘명료’로 기록돼있다”며 “A씨를 인근 병원에 후송할 당시까지 의식이 있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가 사고 직전 근무 시간대가 바뀐 점도 졸음운전 판단 근거가 됐다. A씨는 사고 발생 3일 전 밤 11시에 퇴근한 뒤 다음날 새벽 5시에 출근, 오후 2시에 퇴근했다. 사고 전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당일 새벽조 근무를 위해 출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A씨의 기저질환에 출퇴근길 교통사고가 겹쳐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판사는 “감정의에 따르면 사고로 인한 놀람, 긴장, 흥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해 자발성 뇌내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저질환에 사고가 겹쳐 상병이 유발·악화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사고와 상병 발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또 업무상 과로가 아닌 기저질환으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라는 근로복지공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기저질환이 언제든지 뇌출혈로 발병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