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경영진도 위기 징후 인지·허위해명 정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 경영진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약 1~2년 전에 이미 위기 징후를 감지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 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1부장검사)은 지난 4일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같은 내용을 적었다.
세 사람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1조5950억원 상당의 정산 대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티몬과 위메프 법인에 6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명목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 인수 직후인 2022년 9월 다른 경영진에게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 뽑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2년 전 이미 큐텐 본사 측의 이익만을 위해 거래량 확대를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류광진 대표 역시 2022년 12월께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이제 상품권도 거의 최대치다”라고 말한 점 등을 토대로 정산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류화현 대표도 올해 초부터 정산대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큐텐 재무본부장에게 “정산대금 미지급은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 때문이라고 하겠다”며 허위 해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대표 역시 이런 상황을 보고 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티몬·위메프의 상품권 할인 판매를 계속하도록 지시하고, 계열사 자금을 대여금 등의 형식으로 큐텐그룹 쪽에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이 작년 10월 티몬‧위메프가 판매한 상품권의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것을 인식하고, 주변에 “티메프의 생사가 왔다 갔다 한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도 확보해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구 대표가 지난 7월 국회에 출석해 미정산 사태를 올해 7월 12일에 보고 받았다고 밝힌 부분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영장에는 큐텐그룹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2022년 말 기준 5000억여원에 달한 미정산 금액을 460억여원으로 10분의 1 이상 축소해 금융감독원에 허위 보고한 혐의도 적시됐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가 신규 투자 유치를 하겠다며 금감원에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서 역시 상황 은폐를 위한 고의적 허위 보고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