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유럽 발칸반도에서 초호화 리조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막후실세’로 영향력을 발휘한 쿠슈너의 이 같은 행보에 ‘장인의 후광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쿠슈너가 이끄는 사모펀드 ‘어피니트 파트너스’가 알바니아와 세르비아에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를 들여 초호화 리조트를 세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알바니아에서는 구(舊)소련의 잠수함기지였던 아드리아해의 섬과 해변에, 세르비아에서는 수도 베오그라드의 구도심에 하루 숙박료가 1000달러(약 135만원) 이상인 고급 호텔이 세워질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 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특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쿠슈너가 알바니아에 리조트를 세우기로 한 것은 지난 2021년 부인 이방카와 함께 아드리아해 섬에서 요트 여행을 한 경험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요트 여행의 만찬에는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가 초대됐고, 이 자리에서 리조트 투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WSJ은 전했다.
이후 라마 총리가 이끄는 알바니아 정부는 쿠슈너를 위해 법까지 개정했다.
쿠슈너가 리조트를 세우려는 지역은 건물 신축이 불가능한 환경보호 지역이었지만, '5성급 호텔에 한해 환경보호 지역 내 신축을 허용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알바니아 정부는 법 개정은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알바니아 야당은 트럼프 가문을 위한 맞춤형 법 개정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세르비아의 리조트 건설 계획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쿠슈너는 지난 5월 리조트 건설 예정지인 베오그라드 구도심의 국방부 산하 건물 부지를 장기 임차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선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발칸반도 특사로 활동했던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대사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 정부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인 그레넬 전 대사는 현재 쿠슈너가 설립한 사모펀드에서 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쌓은 인맥이 계약 성사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세르비아 야당도 쿠슈너의 리조트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리조트가 들어설 국방부 산하 건물 부지는 지난 1999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폭격으로 파괴됐다.
이후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이 '성역'으로 간주하는 이 지역에 폭격을 주도한 미국 자본이 리조트를 짓는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쿠슈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사모펀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불렀다.
금융 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31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 펀드'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친(親)사우디' 성향이 짙었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은혜 갚기 차원에서 거액을 투자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외국 정부는 어피니티(쿠슈너가 이끄는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와 부동산 계약을 통해 트럼프 가문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며 "어피니티에 대한 투자는 사업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