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한 구당 최대 600만원 비용

대학들 워크숍으로 처리비용 마련

정부, 감독하되 비용 분담도 필요

가이드라인 없는 ‘카데바 비용’

의료·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시신 카데바(Cadaver)의 운구·활용·사후처리 과정 등에 시신 한 구당 최고 600만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비용 충당을 목적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외부 업체와 연계해 진행,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의료 연구와 의학 발전에 꼭 필요한 ‘기증 시신’ 처리에 수반되는 비용 일체를 대학, 대학병원 등 민간에 떠넘기면서 피치 못하게 발생한 산물로 분석되기도 한다. ▶관련기사 3면

일부에서는 ‘공익적 가치’가 큰 카데바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비용 부문에서도 일정 부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별 의사의 의술 숙련도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공익적 가치가 있는 분야인 만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카데바의 기증부터 최종처리 과정까지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4년 의과대학 63개소 대상 해부 교육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16개교(25.3%)는 의사(전공의·전임의·개원의)·간호학, 물리치료학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기타(체육지도자, 구급대원 등)를 대상으로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 비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년간 이들 학교가 워크숍을 열어 받은 돈은 총 약 58억765만원 상당이었다. 비용은 교육 1건당 적게는 약 20만원선(임상병리학과 해부실습 참관)부터 많게는 약 5500만원(개원의 대상 얼굴 침습 시술 워크숍)까지 다양했다.

특히 가톨릭대와 연세대가 지난 3년 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받은 비용은 총액의 80.6%를 차지했다. 가톨릭대는 지난 3년간 379건의 교육에 1276구의 카데바를 사용, 36억3401만원을 받았다. 연세대는 158건의 교육에 538구의 카데바를 사용, 10억4934만원을 받았다. 다음으로 해부 교육을 많이 연 계명대의 경우 교육 67건에 카데바 334구를 사용해 총 6212만6500원을 받았다. 이어 고려대(62건·211구 사용) 2억7333만원, 울산대(43건·100구 사용) 1억2358만9000원 등의 순이었다.

대학들은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 교육을 열고 받은 금액은 ‘실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시설사용료, 교육료 등 최소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카데바 워크숍 등에 대해서 시체 보관이나 운영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실비를 받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학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가톨릭대는 ‘교육비용 책정 기준’에 대한 질문에 서면으로 “실제 소요되는 비용(실비)에 상당 수준 못 미치는 비용을 청구했으며, 이에 대한 부분은 보건복지부 현장 실사 등에서 확인하고 적절하다고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1000만원 넘는 카데바 관련 강의도 218건=복지부는 의대가 카데바 워크숍에 대한 실비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카데바 워크숍 교육비는 대학별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한 구당 들어가는 비용, 수강생 인원, 실습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장종태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대학이 간호학과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카데바 워크숍의 경우 시신 1구를 사용하는 데 교육비로 36만3000원을 받은 반면, B대학은 간호학과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시신 2구를 사용하며 4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대학 내에서도 가격은 횟수나 인원에 따라 달랐다. C대학의 경우 지난해 10월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에서 40명 강의에 카데바 2구를 사용해 400만원을 간호대학에 청구했지만, 같은 해 5월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의 경우 43명 강의에 카데바 2구를 사용해 645만원을 물리치료학과에 청구했다. 인원은 3명 차이 났지만, 가격은 245만원이나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간호계 관계자는 “다른 대학에서 진행되는 카데바 워크숍은 의대 학생이 해부 실습을 하고 난 카데바를 보여주는 반면, 모 대학의 경우 해부되기 전인 시신을 직접 해부해주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 비해서 단가가 비싸게 책정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비가 올랐다는 전언도 있다. 또 다른 간호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2시간 정도 카데바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1인당 4만원 정도 받았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비용이 올라 인당 10만원까지 올랐다”며 “비용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의사(전공의·전임의·개원의)·보건의료계열 학생·기타(운동지도자, 구급대원, 검시관 등)를 대상으로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 766건의 교육비 분포를 살펴보니, 교육비를 받은 100만~500만원 미만이 286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1000만원 이상(218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182건) ▷100만원 미만(80건) 순이었다.

▶필러 시술 워크숍에 카데바 활용한 사례도=진행된 대부분의 카데바 워크숍은 대부분 전공의·전임의·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척추 내시경 수술, 유방수술 등 필요한 워크숍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필러, 지방분해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한 워크숍도 개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피부과 개원의뿐만 아니라 해외 피부과 의사를 대상으로도 이와 같은 워크숍이 열리기도 했다.

일례로 한 학회는 최소 네 차례 이상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카데바 워크숍을 진행했다. 보톡스, 필러, 실 리프팅 등을 카데바에 실습하는 식이었다. 강의료와 카데바 실습 워크숍을 포함한 가격은 1인당 32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대학은 해당 학회와 업체로부터 18명을 대상으로 약 8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에서 카데바 4구를 활용해 1430만원을 받았다.

해당 학회 관계자는 “피부과 의사에게 얼굴 해부학은 혈관의 구조나 근육의 위치, 모양이나 방향, 피하지방의 위치 등을 알아야 필러를 놓을 때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필러 시술을 할 때 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일부러 돈 내고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데바 1구당 250만원을 받는데, 학교에 대관료, 강의료 등을 내고 나면 (학회는) 남는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용 목적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진행한 대학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안면부에 대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증가되는 추세인 만큼, 이에 대한 해부학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의료진 숙련을 통해 환자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학회 차원에서 안면부 해부학에 대한 연수를 요청해온다. 신청이 접수되면 목적의 공공성, 교육 필요성, 참가자 자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연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의 한 피부과는 홍보물에 ‘우리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로 카데바 워크숍을 꼽으며 “카데바 워크숍을 통해 숙련된 주치의가 케어를 직접 진행해 개개인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의료기기 교육을 목적으로 한 카데바 강의도 영리 목적이 의심되는 강의 중 하나다. 의대 관계자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자사의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 홍보 목적을 가지고 협찬을 해주는 방식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결국 의료기기라는 것이 의사 선생님이 써줘야 하기 때문에 홍보 목적으로 학회 등에 협찬을 해서 카데바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수익성 워크숍이 연구보다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한 대학의 경우 필러나 보톡스 워크숍에 기증 시신의 4분의 1 가량을 배정하기도 했다. 대학병원 내에서 수익을 내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도 있었다.

돈을 받고 카데바 워크숍이 열리고 있는 것에 대해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이를 대학들이 추구하는 영리활동이라고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각 대학이 시신 1구당 지출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 교육비 수준이 대관료 등 실비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비 수준의 적정선에 대한 합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학이 주장하는 ‘실비’의 산출 근거 원칙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지영·이용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