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정서적 학대
1심 징역 10개월 실형
2심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감형
대법, 2심 판결 확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자습 시간에 야한 책을 봤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 앞에서 꾸짖고 체벌해 제자가 투신해 사망에 이르도록 한 중학교 교사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해당 책은 15세 미만 구독 불가이긴 했지만 중·고등학생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라이트노벨 유형의 소설이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은 중학교 교사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2심)을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동시에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40시간 명령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3월, 자습시간에 독서 중인 피해 아동에게 “선정적인 책을 본다”고 지적하며 책을 뺏었다. 피해 아동은 “야한 책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A씨는 책 중간 삽화를 동급생 20여명에게 보여주며 “이게 선정적이야, 아니야”라며 꾸짖었다. 이어 교실 앞에서 20분간 엎드려뻗쳐를 하게 했다.
해당 소설은 주인공이 마법학교에 다니며 훈련·전투를 하는 내용이었다. 일부 삽화에 여성의 신체 노출이 있긴 했지만 성적인 내용과 관련은 없었다. SF, 판타지 유형의 대중 소설로 라이트노벨에 분류됐다.
이후 피해 아동은 다음 체육시간에 이동하지 않고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투신해 극단 선택했다. 그의 교과서엔 “A씨에 의해 따돌림을 받게 됐다”는 내용의 유서가 적혀있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신진우 판사는 2020년 4월 이같이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교사가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결과 학생이 투신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라며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2심에선 집행유예로 감형이 이뤄졌다. 2심을 맡은 대구지법 4형사부(부장 이윤호)는 2020년 8월,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이전까지 피해자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A씨를 꼽았을 만큼 평소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평소 피해자를 비롯한 학생들을 학대한 적이 없고, 피해자를 괴롭힐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감형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와 동급생들이 피해자의 극단 선택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