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주된 컨테이너선의 92.7%, 중국 몫
최근 주요 선사 컨테이너선 시리즈도 싹쓸이
한국에 발주하던 독일, 덴마크 큰손 중국으로
과거 저가 선박의 대명사였지만 수익성 개선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최근 글로벌 선사가 연이어 발주한 대규모 컨테이너선 시리즈를 중국 조선사가 싹쓸이했다. 한국 조선소에 물량을 맡기던 글로벌 주요 기업이 중국으로 돌아서면서 국내 조선업계에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저가로 평가되던 컨테이너선 수익성이 크게 오르고 있어 중국이 이대로 독점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7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컨테이너선 191척 중 92.7%인 177척을 중국이 가져갔다.
국내 조선사에도 발주 문의를 했던 독일 하파크로이드는 최근 컨테이너선 30척을 모두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고 스위스 MSC와 그리스 캐피탈 마리타임도 각각 10척의 컨테이너선을 중국에서 만들기로 했다.
한국 조선사와 주로 협업해 온 덴마크 머스크도 총 22척의 컨테이너선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 여파로 확대된 컨테이너선 릴레이 발주 혜택을 우리나라는 받지 못한 셈이다.
업계는 중국이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를 앞세워 따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글로벌 선주사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이미 납기 일정 면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큰 차이가 없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선사가 컨테이너선 시장에 선대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어, 중국 싹쓸이에 따른 한국 조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 컨테이너선은 저가 선박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반적인 신조선가가 오른 데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맞춰 이중 연료 추진 등 친환경화되면서 2만2000~2만4000TEU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준 가격이 2억73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게다가 컨테이너선의 경우 대개 시리즈로 제작되는데 하나의 설계로 여러 대의 선박을 만드는 만큼 생산 효율이 높다. 도크 사용이 비교적 짧아 조선사의 도크 운영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수주를 이어가는 새 한국의 컨테이너선 수주는 7월 이후 멈춰 있다”며 “2008년 이후 최대치의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조선소가 급할 것은 없는 상황이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컨테이너선 교체 발주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LNG 운반선만큼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는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 높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는 지난 2일 일제히 신규 선박 계약을 공시했다. 총 수주액만 2조1051억원 규모다.
3사가 수주한 8척은 모두 고부가 선박이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LNG-FSRU의 경우 척당 가격이 4억달러 이상으로 평균 2억6500만달러 수준인 일반 LNG 운반선보다도 1억달러 이상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