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부동산 매물 긁어간 스타트업…“저작권 침해”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네이버가 네이버부동산 서비스 매물 정보를 자신의 서비스에 활용한 스타트업과의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네이버부동산 매물 정보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네이버의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부장 이현석)는 최근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이 부동산 중개 플랫폼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는 매도인(임대인)이 플랫폼에 직접 매물을 등록하고, A사와 협력을 맺은 공인중개사가 거래를 중개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운영했다. A사 플랫폼의 매물정보 옆에는 ‘중개사 문의’, ‘네이버매물시세’라는 목록이 있고 네이버매물시세를 클릭하면 네이버부동산의 웹페이지로 연결(아웃링크)됐다.

네이버는 A사가 네이버부동산의 매물정보를 스크래핑해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크래핑이란 프로그램을 활용해 웹페이지에서 필요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수집·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부동산 매물정보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DB)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사는 해당 기능은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반박했다. 네이버부동산 데이터를 A사가 저장·보관한 적이 없고, 아웃링크를 통해 네이버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네이버 또한 이용권자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매물 정보를 제공받아 서비스하기 때문에, 매물정보의 주인은 네이버가 아닌 부동산 정보업체라는 취지다.

법원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해당 정보가 네이버의 자산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네이버가 인적·물적 투자를 통해 독자적으로 인정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정보를 여러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수집한 뒤 매물특징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열했다”며 “아파트·오피스텔, 빌라·주택, 원룸·투룸 등으로 나누고 하위 항목을 설정해 이용자가 조건에 맞게 매물정보를 열람·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다”고 했다.

재판부는 “허위매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현장·집주인 확인을 거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개별 부동산 매물을 가려내고 검증하는 데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뒤 자체적인 편집과 관리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단순히 이용권자로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는 A사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사의 구체적인 서비스 양상이 네이버부동산 서비스를 방해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애초부터 스크래핑 방식으로 수집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가공해 A사 영업을 위해 사용할 의도로 판단된다”며 “이용자들로서는 네이버부동산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A사에 접속할 경우 네이버 부동산의 이용자 수나 이용시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매물정보를 자신의 플랫폼 서비스 영업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보업체 등과 제휴하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네이버측이 투자를 기울여 유지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수집해 영업에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