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집계 결과…의대생 교육 30%에 그쳐
비의료인 대상 교육에 부정적 여론…“시신기증자 의사 중시돼야”
일각선 문호 확대 주장…“학문적 필요한 범위 내에선 확대 필요”
[헤럴드경제=이용경·박지영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향후 의대생들이 해부 실습에 활용할 카데바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전국 의대에서 기증받은 카데바가 의대생 교육에 사용된 비율은 최근 3년간 매년 30%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70%는 의사 및 보건의료계열 전공자 교육 등에 활용됐는데, 이중 1% 가량은 외부업체와 연계한 헬스트레이너, 필라테스강사, 피부관리사 등 비의료인 대상 워크숍에 쓰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법 테두리 내에서 일정한 조건이 수반된다면 카데바 교육에 대한 문호를 비의료인들에게도 폭넓게 열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과대학 대상 해부 교육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대에서 활용된 카데바 4657구 가운데 의대생들의 해부 실습을 위해 쓰인 카데바는 1610구(3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 해부 실습 교육 이외 목적으로 쓰인 3047구(65.4%) 중 2113구(45.4%)는 의사(전공의, 전문의) 대상 워크숍에, 867구(18.6%)는 보건의료계열(간호학 등) 전공자 교육 등에 활용됐다. 특히 전체 카데바 중 67구(1.4%)는 체육전공자나 검시관, 구급대원 교육 등에 활용됐는데, 이중에는 외부 민간업체와 연계해 필라테스강사, 헬스트레이너, 피부관리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집계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의대생 교육을 위해 활용된 카데바는 줄곧 30%대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활용된 전체 카데바 1833구 가운데 681구(37.2%)가, 2023년에는 2134구 가운데 692구(32.4%)가 의대생 교육에 쓰였다. 올해는 8월 27일을 기준으로 전체 690구 가운데 237구(34.3%)가 의대생 해부 실습 교육에 활용됐다.
의사(전공의, 전문의)들에게 쓰인 카데바는 해마다 꾸준히 비율이 증가했다. 2022년에는 1833구 중 788구(43.0%), 2023년에는 2134구 중 984구(46.1%), 올해 8월 27일까지는 690구 중 341구(49.4%)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등지에 활용됐다. 간호학과나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전공자들이 활용한 카데바도 같은 기간 338구(18.4%), 425구(19.9%), 104구(15.1%)를 기록했다.
최근 일부 의과대학에선 외부 민간업체와 연계해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강사 등에게 영리 목적의 카데바 워크숍을 실시해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보건복지부 자료에는 이들 역시 체육전공자, 구급대원, 검시관 등과 함께 ‘기타’에 포함돼 카데바 활용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소 수년 간 이러한 워크숍이 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게 투입된 카데바는 2022년 26구(1.4%), 2023년 33구(1.5%), 올해 8구(1.2%)로 집계됐는데, 특히 대부분의 카데바가 외부기관인 민간업체와 연계한 카데바 워크숍 등에 활용됐다.
연도별 수치는 각 1%대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카데바 워크숍이 크게 논란이 된 터라 이들의 카데바 활용 교육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의대생들 교육과 의학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기증 시신(카데바)이 기증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의료 직역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쓰이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 제기가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 여러 필라테스협회나 체육코치협회, 헬스트레이너 협회 등에서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코스로 카데바 강의를 필수로 내건 곳들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가톨릭대 의대는 민간업체인 힐리언스 랩과 함께 필라테스강사와 헬스트레이너 등 비의료인들에게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학 유료 강의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크게 논란이 됐다. 이처럼 비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카데바 교육이 이뤄진 상황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현직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강사 중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나왔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현직 헬스트레이너 이모(34) 씨는 “시신을 기증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의사를 결정할 당시에는 비의료인들에게 이용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레이너 입장에서 볼 때 A라는 근육이 수축됐을 때의 움직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들이 아마 강사들이 카데바 교육을 들으려는 목적이 아닐까 싶지만, 공공의 목적 즉 의료종사자들의 기술 발전을 위해 이용되는 게 기증자의 의사에 더 부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2년 전 가톨릭대에서 해부학 연수를 수료한 한 필라테스강사도 부정적 취지로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 교육을 언급했다. 그는 “속된 말로 해부쇼가 아닌가 한다. 카데바의 근육이나 관절을 자세히 본다기 보다는 장기를 만져보는 것에 그쳤던 것 같다”며 “당시 필라테스협회 등에선 강사들 이력에 한 줄 추가하는 게 좋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거의 강매(강의당 70만~80만원)를 하다시피 들으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부정적 여론과 달리 체육전공자나 스포츠과학 종사자 등 비의료인 직군에서는 의료인들 못지 않게 카데바를 활용한 교육의 필요성이 높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카데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의료인 이외에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22년 가톨릭대학교에서 카데바 해부 교육을 수료한 한 피부미용사는 “미용학과를 다니며 피부미용사, 체형관리사로 일하고 있는데 평소 업무적으로 사람의 신체를 공부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왔다”며 “피부관리도 우리 몸의 순환계통을 관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갑상선을 직접 만져보는 등 카데바 교육을 받으며 배우는 바가 많았다. 1박 2일이었지만, 에스테틱 분야도 이런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체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단법인 대한체력코치협회는 자격연수 과정에 ‘인체 해부학(카데바)실습’ 과정을 포함시켜 2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 카데바 참관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올해 진행된 제25기 체력코치 자격연수 과정에선 대전대 한의과대학에서 카데바 실습 교육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체육코치협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체육코치협회 자격연수 과정은)최근 논란이 됐던 것처럼 비의료인들이 직접 메스를 들고 해부학 실습을 받는 것이 아니고 시체해부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오직 참관 수업만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카데바 교육이 꼭 의대생들에게만 국한돼 이뤄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교육 대상 범주가 조금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국제 메이저 스포츠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만큼 스포츠과학도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체력코치는 인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선수들의 부상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 치료 처방을 내릴 수 있어 카데바 참관 수업은 그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카데바 실습이 필수가 아닌 간호대학이나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전공도 카데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간호대에선 카데바 강의를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실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서울 소재 한 간호대학은 간호학과 1학년생부터 4학년생까지 카데바 강의 기회가 있으면 대부분 신청을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코로나 이후 실습 교육이 줄어들면서 현재는 이론이나 영상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간호대학 소속 B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대에서 학생 1인당 20만원 정도 비용으로 카데바 실습 교육을 제안해 왔지만,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해 올해는 실습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다들 무척 아쉬워하고 있어 학교 차원에서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데바라는 게 사실 간호학과와 의대에만 필요한 건 아니”라며 “우리 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을 실습 보냈던 대학 해부학실에는 석·박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 운동 스포츠과학 전공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마치 흥미 위주로 카데바 관광을 한다는 선입견이 확대되고 있는데, 학문적으로 필요한 범위 안에서라면 예체능 계열 전공자들까지 일정한 조건 하에서 해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편집자주지난 6월,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시신) 워크숍’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기증 받은 시신이 누군가에 의해 영리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은 지탄을 받았습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의료 교육 목적으로 활용된 카데바는 전체 4657구 중 1610구(34.6%)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3047구의 카데바는 어디로 갔을까요.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이 사라진 카데바를 추적했습니다. 그 끝은 ‘윤리와 영리’로 이어졌습니다.시신 기증은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사회 공헌입니다. 이런 선의가 누군가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민도 있었습니다. 카데바 기획 기사가 시신 기증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데바는 더 투명하게 관리·감독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 시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더 많은 시신 기증 사례가 나올 수 있습니다.취재진은 지금도 카데바 관련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go@heraldcorp.com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끝까지 취재해 꼼꼼하게 보도하겠습니다.“
②[단독]‘나랏돈’ 들어간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 교육…‘복지부 보고’도 패싱
③[단독] ‘카데바 쏠림’의 부작용…1구당 지출 영수증 보니
④[단독]카데바 워크숍 연 대학들 “실비 수준”…정부 비용 분담 필요성 제기
⑤[단독]의대생 교육에 쓰인 카데바는 매년 30%대
⑥“카데바 워크숍? 의대생 교육용만으로도 부족한 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