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연세대, 카데바 워크숍으로 36억·10억 받아

대학별로 비용 격차 커… 비용 과도 지적도 나와

필러 등 미용 목적 워크숍…“연구보다 수익사업 먼저” 불만도

[단독]카데바 워크숍 연 대학들 “실비 수준”…정부 비용 분담 필요성 제기[카데바 비즈니스]

[헤럴드경제=박지영·이용경 기자] 의료·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시신 ‘카데바(Cadaver)’의 운구·활용·사후처리 과정 등에 시신 한구당 최고 600만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들에선 비용 충당을 목적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외부 업체와 연계해 진행,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의료 연구 및 의학 발전에 꼭 필요한 ‘기증 시신’ 처리에 수반되는 비용 일체를 대학과 대학병원 등 민간에 떠넘기면서 피치 못하게 발생한 산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일부에선 ‘공익적 가치’가 큰 카데바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비용 부문에서도 일정 부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별 의사들의 의술 숙련도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공익적 가치가 있는 분야인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카데바의 기증부터 최종처리 과정까지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4년 의과대학 63개소 대상 해부 교육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16개교(25.3%)는 의사(전공의·전임의·개원의)·간호학, 물리치료학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기타(체육지도자, 구급대원 등)를 대상으로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 비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년 간 이들 학교가 워크숍을 열어 받은 돈은 총 약 58억765만원 상당이었다. 비용은 교육 1건당 적게는 약 20만원 선(임상병리학과 해부실습 참관)부터 많게는 약 5500만원(개원의 대상 얼굴 침습 시술 워크숍)까지 다양했다.

특히 가톨릭대와 연세대가 지난 3년 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받은 비용은 총액의 80.6%를 차지했다. 가톨릭대는 지난 3년 간 379건의 교육에 1276구의 카데바를 사용, 36억3401만원을 받았다. 연세대는 158건의 교육에 538구의 카데바를 사용, 10억4934만원을 받았다. 다음으로 해부 교육을 많이 연 계명대의 경우 교육 67건에 카데바 334구를 사용해 총 6212만6500원을 받았다. 이어 ▷고려대(62건, 211구 사용) 2억7333만원 ▷울산대(43건, 100구 사용) 1억2358만9000원 순이었다.

대학들은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 교육을 열고 받은 금액은 ‘실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시설사용료, 교육료 등 최소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카데바 워크숍 등에 대해서 시체 보관이나 운영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실비를 받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학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교육비용 책정 기준’에 대한 질문에 서면으로 “실제 소요되는 비용(실비)에 상당 수준 못 미치는 비용을 청구했으며, 이에 대한 부분은 보건복지부 현장 실사 등에서 확인하고 적절하다고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데바는 통상 보관-실습준비-실습(해부)-입관-화장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이 중 입관 절차가 생략되는 기관도 있고 일부 지자체가 화장비를 면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 대학은 기증자와 유가족 예우를 위해 묘역을 따로 마련하고, 안장과 추모공간 조성 등의 절차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해부연수회의 교육 목적에 따라 참가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우리 대학의 지원(부담) 비율이 차등 적용되는 경우는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시신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며, 영리 추구 목적으로 카데바를 활용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전공의, 교수 등 의료진의 카데바 실습은 내부적으로 시체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절차를 걸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명대는 “장소 대여료, 냉난방비, 교육을 진행하는 교수 인건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에 해부학실습실 시설이용료를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고려대는 “내부 교육이 많은 만큼 타 기관 교육은 최대한 진행하지 않으나, 거듭되는 요청으로 해부학교실의 여건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진행한다”면서 “의사가 아닌 보건의료전공자들은 견학(참관)만을 전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준비 비용과 공간사용료, 실습 강의료 등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별 카데바 워크숍 비용 큰 차이...1000만원 넘는 강의도 218건

복지부는 의과대학이 카데바 워크숍에 대한 실비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카데바 워크숍 교육비는 대학별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구당 들어가는 비용 및 수강생 인원, 실습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A대학이 간호학과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카데바 워크숍의 경우 시신 1구를 사용하는데 교육비로 36만3000원을 받은 반면, B대학은 간호학과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시신 2구를 사용해 4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대학 내에서도 가격은 횟수나 인원에 따라 달랐다. C대학의 경우 2023년 10월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의 경우 40명 강의에 카데바 2구를 사용해 400만원을 간호대학에 청구했지만, 같은 해 5월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의 경우 43명 강의에 카데바 2구를 사용해 645만원을 물리치료학과에 청구했다. 인원은 3명 차이 났지만, 가격은 245만원이나 벌어진 것이다.

한 간호계 관계자는 “다른 대학교에서 진행되는 카데바 워크숍은 의과대학 학생들이 해부 실습을 하고 난 카데바를 보여주는 반면, 모 대학의 경우 해부되기 전인 시신을 직접 해부해주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 비해서 단가가 비싸게 책정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비가 올랐다는 전언도 있다. 한 간호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2시간 정도 카데바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1인당 4만원 정도 받았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비용이 올라 인당 10만원까지 올랐다”며 “비용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보건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의사(전공의·전임의·개원의)·보건의료계열 학생·기타(운동지도자, 구급대원, 검시관 등)를 대상으로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 766건의 교육비 분포를 살펴보니, 교육비를 받은 100~500만원 미만이 286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1000만원 이상(218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182건), 100만원 미만(80건) 순이었다.

필러 시술에도 카데바 활용? 영리 목적 의심 강의도

[단독]카데바 워크숍 연 대학들 “실비 수준”…정부 비용 분담 필요성 제기[카데바 비즈니스]
한 업체는 국내외 의사들을 대상으로 카데바에 필러, 보톡스, 실 리프팅 시술을 하는 오프라인 카데바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박지영 기자.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은 대부분 전공의나 전임의,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한 척추 내시경 수술, 유방수술 등 필요한 워크숍이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필러·지방분해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한 워크숍도 개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피부과 개원의들 뿐만 아니라 해외 피부과 의사를 대상으로도 이와 같은 워크숍이 열리기도 했다.

한 학회에선 최소 4차례 이상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카데바 워크숍을 진행했다. 보톡스나 필러, 실리프팅 등을 카데바에 실습하는 식이었다. 강의료와 카데바 실습 워크숍을 포함한 가격은 1인당 32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대학은 해당 학회와 업체로부터 18명을 대상으로 약 8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에서 카데바 4구를 활용해 1430만원을 받았다.

해당 학회 관계자는 “피부과 의사에게 얼굴 해부학은 혈관의 구조나 근육의 위치, 모양이나 방향, 피하지방의 위치 등을 알아야 필러를 놓을 때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필러 시술을 할 때 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일부러 돈 내고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데바 한 구당 250만원을 받는데, 학교에 대관료, 강의료 등을 내고 나면 (학회는) 남는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용 목적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진행한 대학 측은 “사회적으로 안면부에 대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증가되는 추세인 만큼, 이에 대한 해부학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의료진 숙련을 통해 환자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학회 차원에서 안면부 해부학에 대한 연수를 요청해오고, 신청이 접수되면 목적의 공공성과 교육 필요성, 참가자 자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연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 피부과는 홍보물에 ‘우리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로 카데바 워크숍을 꼽으며 “카데바 워크숍을 통해 숙련된 주치의가 케어를 직접 진행해 개개인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의료기기 교육을 목적으로 한 카데바 강의도 영리 목적이 의심되는 강의 중 하나다.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자사의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 홍보 목적을 가지고 협찬을 해주는 방식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결국 의료기기라는 것이 의사 선생님들이 써줘야 하기 때문에 홍보 목적으로 학회 등에 협찬을 해서 카데바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수익성 워크숍이 연구보다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한 대학의 경우 필러나 보톡스 워크숍에 기증 시신의 4분의 1 가량을 배정하기도 했다. 대학병원 내에서 수익을 내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도 있었다.

돈을 받고 카데바 워크숍이 열리고 있는 것에 대해 비용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이를 대학들이 추구하는 영리활동이라고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각 대학들이 시신 한 구당 지출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데다 교육비 수준이 대관료 등 실비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비 수준의 적정선에 대한 합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학이 주장하는 ‘실비’의 산출 근거 원칙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편집자주지난 6월,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시신) 워크숍’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기증 받은 시신이 누군가에 의해 영리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은 지탄을 받았습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최근 3년 간 국내에서 의료 교육 목적으로 활용된 카데바는 전체 4657구 중 1610구(34.6%)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3047구의 카데바는 어디로 갔을까요.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이 사라진 카데바를 추적했습니다. 그 끝은 ‘윤리와 영리’로 이어졌습니다.

시신 기증은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사회 공헌입니다. 이런 선의가 누군가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민도 있었습니다. 카데바 기획 기사가 시신 기증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데바는 더 투명하게 관리·감독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 시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더 많은 시신 기증 사례가 나올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지금도 카데바 관련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go@heraldcorp.com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끝까지 취재해 꼼꼼하게 보도하겠습니다.

〈카데바 비즈니스〉 싣는 순서
①평생 자부심이었던 시신기증…“우리가 상품인가요?”

②[단독]‘나랏돈’ 들어간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 교육…‘복지부 보고’도 패싱

③[단독] ‘카데바 쏠림’의 부작용…1구당 지출 영수증 보니

④[단독]카데바 워크숍 연 대학들 “실비 수준”…정부 비용 분담 필요성 제기

⑤[단독]의대생 교육에 쓰인 카데바는 매년 30%대

⑥“카데바 워크숍? 의대생 교육용만으로도 부족한 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