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 제기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 9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양사의 계열사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고 인정했다.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특수관계자에 해당하지 않아 자사주 매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의 사내이사인 최윤범 회장,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자(영풍)의 특별 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영풍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영풍측이 최윤범 고려아연측이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및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열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영풍-MBK 공개매수 기간 동안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자본시장법 140조는 공개매수자와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외의 방법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별도매수 금지). 영풍측은 ‘특별관계자’의 범위에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가 포함되며, 공정거래법은 계열회사를 특수관계인으로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측은 고려아연을 더이상 영풍의 계열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고 고려아연 이사회, 주주총회 등에서 영풍 제안이 부결될만큼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주장을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공동보유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동보유자 여부는 주식 공동 취득·처분, 의결권 행사에 대한 합의가 기준이다. (양사가) 명시적으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한 점,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동보유관계에 있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했다.

공개매수 대상 회사인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영풍의 주장도 배척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으로 이사회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기간 중 대상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지에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관계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