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앱과 조건 맞추기 요구 “경쟁 저해 의심”

'동일가격 인증제' 적법성 여부 관건

문제 적발 시 제재 불가피

배민, 입점사 '가격·할인' 통제했나…공정위 조사 나섰다
서울 강서구의 한 가게에 배달의민족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배달의민족이 입점 업체를 상대로 다른 배달앱과 가격과 할인 등의 판매 조건을 동일하게 요구하면서 경쟁을 저해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위법 여부를 살펴본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정위는 배민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의혹의 핵심은 배민이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 클럽'을 도입하면서 점주에게 다른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하게 설정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혜 대우가 배달앱 간 경쟁을 막고 수수료 상승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혜 대우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린다면 입점 업체는 그에 맞춰 해당 플랫폼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배달앱 수수료가 1000원인 상황에서 배민이 수수료를 3000원으로 올린다면, 입점업체는 배민에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리고 나머지 앱에서는 기존과 같이 1만원에 팔면 된다.

이 경우 멀티호밍이 활발한 배달앱 특성상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앱을 사용하게 되고 배민의 이용자 수는 감소한다. 멀티호밍이란 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이다.

배민이 이용자 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결국 다시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최혜 대우 조항은 이런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을 무력화한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나 입점 업체에 전가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최혜 대우는 공정위가 앞서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서 자사 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과 함께 '4대 반칙행위'로 꼽히기도 했다.

공정위는 거듭된 배달앱 시장의 수수료 인상과 소상공인 부담 가중의 원인이 이 같은 불공정행위에 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배민의 '동일가격 인증제'에 대해서도 최혜 대우 요구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배민은 배달앱 내 음식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비쌀 수 있다는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명목으로 지난 7월 동일 가격 인증제를 도입했다.

매장과 앱의 가격이 동일한 것으로 검증된 업체에 '매장과 같은 가격'이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입점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을 이중 가격으로 만회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배민의 '가격 통제'라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배민의 동일 가격 인증제가 온오프라인 간 같은 가격을 사실상 강제하는 최혜 대우 요구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배민은 '최혜 대우 요구'는 경쟁사에서 먼저 시작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동일가격 인증제 역시 강요나 통제 요소가 없이 가게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