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2.4만명 모인 광화문광장 일순간 적막
해외 전문가 “수만 명 함께 명상…경이로워”
비천무 공연팀의 화려한 ‘깨우는 공연’ 이어져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2만4000명이 모인 광화문광장이 동시에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늘을 나는 드론 소리가 도리어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서울 도심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국제선명상대회’가 지난 28일 대망의 막을 열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해 국내외 8명의 명상 전문가가 무대위에서 직접 5분 간 선명상을 선보였다.
진우스님은 국제선명상대회의 개막식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는 그 길이 선명상이며, 한국불교 정통 간화선을 바탕으로 선명상을 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아주 쉽지만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개인의 변화를 넘어서 우리 사회를 바꿀 위대한 시스템이 바로 하루 5분 선명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화선을 비롯해 선명상의 여러가지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도자를 양성하며 시스템을 구축해 사회 저변에 선명상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또 선명상 센터를 설립하고, 전국 100여개의 선원과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로 선명상을 활성화할 계획도 전했다.
진우스님에 이어 불산스님, 일수스님, 금강스님, 팝루스님, 로시 조안 할리팩스, 툽텐 진파, 차드 멩 탄, 직메 린포체 등 국내외 명상 지도자 8명이 특설무대 위로 올랐다.
오랜 기간 호스피스 활동에 헌신한 로시 조안 할리팩스 박사는 “죽어가는 분을 곁에서 지켜보며 수행한 수십 년의 나날이 나에게 정말 변화의 계기였다”며 “삶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지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할리팩스 박사는 조계종이 하루 5분 명상을 권하는 것과 관련해 “한 번의 호흡이라도 그 속에 온전히 깃들 수 있다면 기적이며, 특히 수만 명이 함께 (명상)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고 행사에 앞서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다.
사회자 혜주스님(진관사)의 구령에 맞춰 무대 위와 아래의 참석자들은 다같이 ‘손을 배꼽 아래 또는 허벅지 위’에 두고 ‘눈은 부드럽게 감거나 아래를 바라보는’ 명상을 위한 자세에 돌입했다.
일순간 떠들석했던 광화문 광장 일대가 적막에 휩싸였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시간으로서 5분은 꽤나 긴 시간이었지만, 크게 흐트러짐 없이 대다수가 고개를 숙이고 부동 자세를 취했다.
침묵의 5분이 지나고 깨우는 공연이 이어졌다. 진관사 비천무 공연팀이 보름달 모양의 흰색 천을 들고 무대 중앙을 활기찬 발걸음으로 질주했다.
명상에서 깨어난 2만4000명은 함께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외웠다.
“모든 생명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의 원인은 결국 나로부터 비롯됨을 깊이 자각합니다. 지구촌의 폭력과 전쟁,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고 이해와 존중, 자비와 지혜가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