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길동 씨, 그도 한때 잘나가던 때가 있었지만 2022년 이후 시작된 금리상승과 그에 따른 불경기의 한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는 주요 프로젝트에서 그를 배제하기 일쑤였고 어느샌가 인력조정을 내세우며 그를 한직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자존심 빼면 남는 게 없는 길동 씨, 창업을 고민해 보지만 막상 특별한 아이템 없이 창업을 실행할 엄두는 나지 않는데 그러던 찰나에 깔끔한 인테리어와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사업이 눈에 들어온다. 이에 마음 급한 길동 씨, 선뜻 퇴직금을 투자해 가맹점 창업에 나서 보기로 하는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동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을 시작하려는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가맹사업은 특별한 노하우나 경험 없이도 가맹본부의 브랜드 인지도 및 영업 노하우를 활용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심화한 구직난 속에서 가맹사업이 나날이 번창하는 것도 소자본 무경험 창업이 가능한 가맹사업의 장점과 무관치 않다.
가맹사업 분양의 성장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초 발표한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내 가맹본부 수(8759곳), 브랜드 수(1만2429개), 가맹점 수(35만2866곳)는 전년 대비 4%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외식업종의 경우 전년 대비 5~7%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여 가맹사업 분야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한편 가맹사업은 가맹본부로서도 매력적인 사업모델이다. 가맹점주의 비용으로 전국적인 유통망을 쉽게 확충할 수 있어 직영점 운영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도 가맹점주들에게 분산될 수 있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도 가맹점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상품과 정보가 넘치는 가운데 유명 브랜드가 제공하는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상품 및 서비스는 가격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이러한 장점들만 놓고 본다면 가맹사업은 모두가 ‘윈-윈’하는 최상의 사업모델로 보인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길동 씨와 같은 가맹점주들이 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월세와 인건비에 쪼들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가맹점주의 어려운 상황은 그들을 동반자가 아닌 수익창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 합의 없이 임의로 부과한 마진, 즉 차액가맹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가맹점을 상대로 마진을 부과해온 가맹본부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특히 가맹본부가 과거 필수품목 등의 구입을 강제하며 임의로 마진을 붙인 경우 가맹점은 위 판결에 따라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이 판결이 계기가 돼 가맹점주와의 매출을 나누는 상생 협력모델이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인석 법무법인 YK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