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351건, 1년새 187% ↑

상가매물 낙찰률 19.05% 심각

전문가 “적체현상 당분간 지속”

8월 경매 나온 업무상업시설 ‘연내 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공실 상가 [연합]

고금리 장기화·임대차 시장 불황 여파로 경매시장에서 업무·상업시설 신규 매물이 증가하며 적체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채무를 감당 못해 경매로 넘어간 매물이 계속 증가하는데, 수익성이 급감한 상가를 낙찰 받으려는 수요는 줄어들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에서 진행된 업무·상업시설 경매는 4351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진행됐다. 2315건을 기록한 지난해 8월과 비교했을 때 1년 사이 187% 증가했다. 업무·상업시설은 병원·숙박업소·오피스텔·상가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등이다.

‘부동산 활황기’던 2021년과 2022년에는 2021년 3월(2147건)·11월(2099건)을 제외하고는 경매 건수가 모두 1000건대를 웃돌았다. 특히 1694건을 기록한 2021년 12월부터 1818건을 기록한 지난해 2월까지 14개월 연속으로 2000건을 넘긴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3월(2023건)에는 2021년 11월 이후 16개월만에 처음으로 2000건을 넘기더니 올해 1월(3612건)부터는 3000건대를 넘을 만큼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인해 5월에는 4099건을 기록하는 등 2·3분기에는 월별로 4000건 이상의 경매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가는 전국적으로 매물 적체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7월에는 총 2292건의 경매가 진행돼 2512건이 진행된 2013년 7월 이후 11년 6개월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2195건으로 7월에 비해 소폭 하락했으나, 8월 법원 휴가 기간이 겹쳐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경매 물건은 자꾸 늘어나는데, 낙찰률이 저조하다 보니 매물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지난달 지지옥션이 제공한 지역별 상가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17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평균 19.0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상가 낙찰률은 올해 들어 계속 20%를 밑돌다 7월에는 20%로 다소 반등하나 싶더니 지닌달 다시 2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지방에서는 대전(4.3%)과 인천(7.1%)이 지난달 한 자릿수 낙찰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오픈형 상가들이 유찰을 거듭하며 새 주인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 경매에 나온 동대문구의 한 상가는 8차례 유찰을 거듭한 결과 올해 10월 겨우 낙찰됐다. 낙찰가는 3650만7000원으로 감정가(2억1760만원)의 17%에 불과하다.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한 상가는 8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감정가(2200만원)의 23% 수준인 369만1000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업무·상업시설 경매시장 적체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떨어져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임대수요자들이 관망세고 경기가 좋지 않아 창업 수요도 줄어 악순환”이라며 “경매로 넘어온 물건도 수익률이 떨어져 낙찰 받는 사람도 줄었다. 내수 경기가 활발해져 수요자 늘어야 지금의 악순환이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소장도 “상가를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은 소상공인이 직접 생업에 뛰어드는 부분이라 경기 침체에 더 민감하다”며 “금리 인하가 된다고 상가 영업이 당장 살아나기는 어려워 4000건의 경매건수와 20%대 낙찰률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