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서 중국 디스플레이 겨냥 제재 요청
“LCD 저가공세로 다른 업체 퇴출시켜” 지적
中 디스플레이 의존시 국가안보 위협 우려
실제 제재시 삼성·LG디스플레이 수혜 전망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미국 정치권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중국 제재를 시사하면서 K-디스플레이 산업에 가져올 반사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하원의 ‘중국 공산당 전략 경쟁 특별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업체들을 제재 대상에 등록할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으로 BOE와 톈마를 지목했다. BOE는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이다. 톈마는 4위로 평가된다.
올 1분기 기준 미국 애플 노트북(맥북)에 탑재된 LCD 중 31%가 BOE 제품이다. 애플 태블릿PC(아이패드) 역시 BOE가 공급한 LCD 비중이 24.7%를 차지하며 LG디스플레이(52.7%)를 추격하고 있다.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지난해 11월 11조원 규모의 8세대 OLED 투자 계획도 발표하고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제재를 요청한 존 물레냐 특위 위원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LCD 시장에서 막대한 보조금과 저가공세로 경쟁 기업들을 사실상 몰아낸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글로벌 LCD 생산능력 점유율은 2004년 0%에서 현재 72%로 증가했다”며 “중국 기업은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으로 업계를 지배하고, 비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의 저가공세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LCD 사업에서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도 26일 공시를 통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현지 디스플레이 기업 CSOT에 매각한다고 밝히며 OLED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LCD보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OLED에선 아직 우리나라가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하고 있는 반면 중국 기업은 아직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최근 스마트폰용 OLED에서 추격의 속도를 올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레냐 위원장도 “OLED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의 글로벌 OLED 생산능력 점유율은 2014년 1%에서 현재 51%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산 패널을 대거 탑재하는 ‘애국소비’로 인해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이 42.6%를 기록했다. 2022년 1분기 19.6%→ 2023년 1분기 27.6%에 이어 가파른 성장세다. 우리나라 점유율은 같은 기간 80.0%→72.3%→57.3%로 하향세다.
미국은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제재 조치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물레냐 위원장은 “디스플레이는 미사일부터 드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첨단 무기 시스템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의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지배력이 커지고 있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중국이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 무기 시스템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빠르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실제 시행될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선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뿐만 아니라 OLED에서도 중화권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며 “미국의 규제가 현실화하는 경우 위협이 크게 줄어들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