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테라·루나' 사태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송환국을 결정하는 문제를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는 현지 대법원의 결정이 나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대법원에 따르면 해당 재판부는 전날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사건을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에게 이송하도록 정했다.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6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 결정과 7월 말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의 결정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몬테네그로 하급 법원에서 확정된 권 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파기하고 법무부 장관이 권 씨 송환 여부 및 송환국을 결정하라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초 현지 대검찰청이 권 씨의 한국행을 결정한 하급심 법원 판단을 놓고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요청을 사실상 받아들인 격이다.
법원이 한국행을 결정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게 몬테네그로 대검찰청 주장이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요건을 충족한다"며 "형사소송을 수행할 목적으로 권 씨를 인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쪽의 송환 요청이 우선시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테라폼랩스 창업자인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후 잠적했다.
권 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왔다.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들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타려다 체포됐다.
한국과 미국은 앞다퉈 권 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한 상황이다.
그의 신병 인도를 결정할 권한이 법원에 있는지, 법무부 장관이 있는지를 놓고 현지의 사법적 판단은 반전을 거듭키도 했다.
권 씨 문제로 정치적 동지였던 야코프 밀라토비치(37) 몬테네그로 대통령과 밀로코 스파이치(36) 총리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스파이치 총리가 권 씨와의 관계를 진실하게 밝히지 않아 둘 사이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스파이치 총리가 테라폼랩스 설립 초기 개인적으로 자금을 댄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밀라토비치 대통령과 미국 골드만삭스 출신의 전직 재무장관인 스파이치 총리는 정치적 동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