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무인 사업장 내 수도관 누수로 부과받은 거액의 수도요금을 일부 감면받고는 아예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냈지만 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한전이 서울시 중부수도사업소장을 상대로 낸 상하수도 요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분쟁이 시작된 건 작년 10월이다. 중부수도사업소는 한전의 서울 중구 무인사업소 앞으로 상수도요금 2600여만원·하수도요금 4000여만원·물 이용부담금 360여만원 등 약 7000만원의 요금을 부과했다.
2022년 8월에는 계량기 수치가 416㎥였는데 1년 2개월 뒤에 2만1668㎥로 폭증해 있었다. 무인사업소라 현장검침을 하지 못한 수도사업소는 두 시점의 계량기 수치를 뺀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요금이 나온 것은 사업소 화장실 배관 매립구간에 누수가 있었다는 점을 장기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배관 누수에 따른 감면요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고, 수도사업소는 하수도요금을 면제하는 등 요금을 1480여만원으로 줄여줬다.
그러나 한전은 이 요금도 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수도사업소가 1년 2개월 동안 현장검침을 하지 않았고 설치된 계량기는 2017년 이후 교체 대상임에도 교체하지 않아 누수사실을 조속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업장에 누수가 발생한 것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무인사업장으로 운영하기로 한 한전의 책임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며 수도사업소의 손을 들어줬다.
수도 조례에 따르면 수도사용자에게 사업장 내 배관 설비를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게을리해 발생한 손해는 사용자에게 부담토록 하기 때문이다.
수도사업소는 지난해 10월 이전에 현장검침을 시도했지만, 상주직원이 없어 '수도계량기 미검침 안내문'을 부착하고 돌아갔다.
재판부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한전에 연락해 반드시 현장검침을 받을 것을 안내해야 할 의무가 수도사업소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도사업소는 수도 조례에 따라 이미 상수도요금, 물이용부담금을 상당한 정도로 경감하고 4000만원 상당의 하수도요금을 면제해 줬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한전의 책임 영역에서 발생한 누수 수도 요금을 추가로 감면해 줘야 할 특별한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