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모건스탠리 보고서…여파 일파만파

美 마이크론엔 중립 의견 고수…‘K-반도체’와 악연

보고서 공개 전 100만여주 매도…한국거래소 조사 착수

메모리 한파론 진위, 다음주 마이크론 실적이 바로미터

“대놓고 K-반도체 때렸나” 수상한 모건스탠리, 속내는 美 밀어주기? [김민지의 칩만사!]
[챗gpt를 이용해 제작]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모건스탠리 보고서 제목)

미국의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글로벌 반도체주가 훨훨 날았지만 우리 한국만 웃지 못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하나의 보고서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되살아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곧 한파가 닥칠 거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대폭 낮춘겁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첫 거래일에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한때 7% 가까이 폭락했고, 삼성전자 주가도 약 3% 떨어졌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는 수상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한 점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이 보고서의 신뢰도를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여러 해석과 의혹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같은 메모리 회사인데…美 마이크론엔 ‘중립’ 의견 유지

“대놓고 K-반도체 때렸나” 수상한 모건스탠리, 속내는 美 밀어주기? [김민지의 칩만사!]
SK하이닉스

우선, 모건스탠리의 ‘거울이 다가온다’라는 보고서는 노골적인 ‘K-반도체 때리기’인 동시에 ‘미국의 반도체 원팀’ 전략을 강화하는 시도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건스탠리가 미국의 대표 투자은행이라는 점과, 미국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에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모건스탠리의 아태지부 리서치센터가 내놓았는데요. 국내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혹독한 평가를 내렸죠. 반면 같은 모건스탠리의 미국 반도체팀은 마이크론에 대해서는 지난 6월과 같게 투자 의견으로 ‘중립’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삼성·SK처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을 똑같이 하고 있는 메모리 회사인데 평가가 달랐던 거죠.

오래된 모건스탠리-K반도체의 ‘악연’

모건스탠리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의 악연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11월 모건스탠리는 금융투자업계 중 최초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리포트를 냈고, 그 결과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루만에 5%가 폭락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영업이익 5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1년에도 모건스탠리는 비슷한 보고서로 국내 반도체주를 흔들었습니다. 두번 다 모건스탠리의 ‘과잉 우려’로 결론이 났고요.

“대놓고 K-반도체 때렸나” 수상한 모건스탠리, 속내는 美 밀어주기? [김민지의 칩만사!]
인공지능(AI) 반도체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보고서에 대해서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소 지나치다며 반박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범용 D램 PC, 스마트폰 수요 등 IT 기기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범용 D램 시장이 올 4분기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작 실상은 AI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PC 등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열리고 있고, 메모리 3사 모두 HBM 생산량을 늘리면서 범용 D램의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입니다.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HBM 공급 과잉 문제도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HBM은 범용D램과 달리 수주형 사업이라 가격 변동성이 기존 메모리만큼 크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HBM 물량을 완판한 상황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증가율이 올해 52%(전년 대비)에서 내년 8%로 낮아질 것으로 봤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봤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특히, 요즘 반도체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예측이 어렵습니다. AI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거시경제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언제 되살아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AI 붐이 단숨에 꺾일 수도 있고, 정반대로 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온디바이스 AI 시대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메모리 시장이 폭발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업계에서는 넥스트 HBM으로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모바일용 HBM, PIM(프로세스인메모리) 등 차세대 제품을 준비 중입니다.

“대놓고 K-반도체 때렸나” 수상한 모건스탠리, 속내는 美 밀어주기? [김민지의 칩만사!]
SK하이닉스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한국거래소, 조사 착수…다음주 메모리 ‘겨울론’ 진위여부 가려질까

모건스탠리는 한국거래소의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날(12일) 매도량(35만1228주)의 3배 수준입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일종의 ‘작전’에 악용됐는지 아직 진위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만큼,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바로미터는 다음주 중 나올 예정입니다. 마이크론이 오는 25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을 다소 하향했습니다. 물론,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아 삼성·SK와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마이크론 실적을 통해 범용 D램 및 낸드플레시 시장에 관한 ‘겨울론’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