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공식처럼 여겨지던 4년 주기 폭등 기회가 이젠 옛말이 됐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과거 세 차례의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000%대의 급등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네 번째 반감기인 올해 4월의 경우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이면서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반감기가 전체 수급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다는 점을 들며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가격 급등이 되풀이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는 역사상 존재했던 네 차례의 반감기 후 20주 간의 가격 변동률(종가 기준)에 대해 분석했다.
이 결과 한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0일 적용됐던 제 4차 반감기 이후 20주째 되던 지난 6일까지 비트코인 가격 변동률은 -15.62%로 ‘마이너스(-)’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이후 해당 시점까지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 1차 반감기가 적용됐던 지난 2012년 11월 28일 당시 12.22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0주 후인 2013년 4월 16일 68.40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승률은 무려 459.74%다.
이후 제 2차 반감기(2016년 7월 10일)과 제 3차 반감기(2020년 5월 12일) 20주 후 비트코인 가격 변동률은 각각 13.35%, 21.35%로 분명한 상승세를 보였다.
시점을 1년 후로 늘려서 살펴보면 1~3차 반감기 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폭은 각각 8782%, 285%, 561%에 달했다.
각자 도달 시점은 달랐지만, 반감기 후 도달한 최고가까지 비트코인 가격 상승폭도 일반적인 주식이나 대체 투자 자산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1차 반감기 후 367일이 지난 최고가 1163달러(2013년 11월 30일)까지 상승률은 9417.19%에 달했다. 2차 반감기 후엔 최고가 1만9666달러(2017년 12월 17일)까지 526일 간 2931.33%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3차 반감기 후 최고가 6만9000달러(2021년 11월 10일)까지 548일 간에는 681.83%의 상승률을 보였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는 4년에 한 번씩 자동으로 발생한다. 이는 익명의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한 내용이다. 반감기가 입증된 호재로 알려진 이유는 공급 충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큰 매도 압력 없이 수요가 동일한 상태에서 공급이 준다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평소와 달리 올해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 효과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웃라이어 벤처스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 모든 채굴자가 보상 물량을 즉시 매도했다고 가정할 때 2017년까지는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1~5%였지만, 지금은 0.1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채굴 보상의 감소 폭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전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졌다는 것이다. 과거 비트코인은 첫 번째 반감기가 발생하기 전 블록 하나를 채굴할 때마다 50개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이후 제 1차 반감기에선 보상이 50개에서 25개로, 이후 보상은 각각 12.5개, 6.25개로 줄었다. 올해 네 번째 반감기에선 채굴 보상이 3.125개가 됐다.
지난 1월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촉발된 수요 역시 올해 반감기에 따른 수급 효과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재스퍼 드 매어 아웃라이어 벤처스 리서치 책임자는 "반감기 사이클 모델이 아직 유효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수요가 촉발되며 반감기 전 상승세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짓누르는 외부 환경 역시 악재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발(發) ‘R(Recession, 침체)의 공포’거 커지면서 기정사실이 된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효과를 상쇄하는 것은 물론, 가격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반감기 사이클의 고점을 향한 상승세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가상자산 마켓 데이터 분석 플랫폼 인투더블록은 최근 X를 통해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반감기와 다음 고점 사이 평균 시간은 약 480일”이라며 “이번 사이클 고점 도달 시기는 오는 2025년 여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 두 달 가량 남은 미 대선 역시 가상자산 가격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비트바이넥스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두 달 전 비트코인은 1만2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16% 급락했으나, 대선 이후 약 160일 동안 320% 상승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750달러에서 500달러로 30% 이상 급락했으나, 이후 400여 일 동안 200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친(親) 가상자산 인사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도 잠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는 근거로 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