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임기 마치고 퇴임
“양측으로부터 비난·저주 받아”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로 판단”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우리 사회가 극단적 양극화에 빠졌다”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13일 퇴임식에서 “한쪽에선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선 아무도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선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선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만약 그 일이 상대 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임기를 시작해 2년 4개월 동안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 날, 한 시도 노심초사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쏟았지만 처음 품었던 뜻을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검찰 흔들기에 전념 중인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도 함께했다. 이 총장은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검찰 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약,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금융·증권범죄 등 민생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국민들의 걱정거리를 살폈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의 주된 존재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총장은 “검찰은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