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회공헌사업본부 첫 설치

국내 의료기관 첫 ESG경영보고서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 함께 발행

ESG 다양성위원회 구성 의사결정

올해 홈페이지 통해 투명한 공시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사업 등 진행

다른 의료기관과 보고서 등 공유

“고대의료원, 빅6 병원 ‘ESG경영’ 가이드라인 선도할 것”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의료원장 인터뷰]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고려대의료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의료기관 중 최초로 고려대의료원이 ESG 경영 실천 항목을 최적화시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세웠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최근 세계적 기업의 화두는 ‘ESG 경영’이다.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 경영은 기업이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대학병원이 추구하는 목표 가치는 진료·교육·연구였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의료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탄소절감 ▷지역사회와 소통 ▷저개발국가에 대한 의료지원 확대 등 대학병원들만의 차별화된 ESG 경영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방향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려는 목적이다. 규모가 커지고 의료의 역할이 다변화하는 시점에서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변신이기도 하다.

이른바 ‘빅6(고려대 안암·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가나다순)’라고 불리는 국내 대형 의료기관중에서 이런 흐름을 미리 읽고 의료계에는 처음으로 ESG 경영 실천을 선언하고 그 결과물인 백서를 2년 연속 발간한 의료기관이 있다. 바로 고려대의료원이다. 고려대의료원이 지향하는 ESG 경영의 화두와 방향은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어야 진정 항구적으로 건강한 인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에서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고려대의료원장(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을 만나 고려대의료원의 비전과 ESG 경영 추친현황에 대해 물어봤다.

-고려대의료원이 병원계에서 가장 선두에 서서 ESG경영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신선하다. ESG 실천에는 기존 방식에 비해 비용과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고려대의료원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나.

▶고려대의료원 자체가 평생을 소외된 이과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산 로제타 홀 여사가 1928년 세운 한국 최초의 여의사 양성기관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뿌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사이자 교육자인 홀 여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국내에서 점자를 처음 개발하신 분이기도 하다. 이윤창출이 목적인 기업에서도 ESG 경영을 한다고 나서고 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에서는 당연히 기업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공헌에 있어서 다른 의료기관과 차별화된 활동을 많이 펼쳐왔다. 때문에 아직 다른 병원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ESG 경영을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왔다. 수년 전 산하에 사회공헌사업본부를 공식 조직으로 설치해 범기관 차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게 됐다. 최근에는 고려대의료원의 성공적인 ESG 추진사례가 다른 병원에도 많이 알려져 많은 병원이 동참하게 돼 더 큰 사명감을 갖고 있다.

-ESG 경영 실천에 대해 기관 전체가 나서려면 조직적인 변화부터 수반돼야 할 것 같다. 사회공헌사업본부 발족과 ESG 다양성위원회 출범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하는가. 경영자로서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2021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려대의료원 고영캠퍼스에 사회공헌사업본부를 설치한 것은 ESG 경영뿐 아니라 국제보건의료사업, 의료봉사, 국내외 재난 상황에 힘을 보태고자 함이었다. 사회공헌사업본부 설치 후 최대 성과는 ‘ESG 경영 보고서’다. 국내 의료기관으로서 최초로 발간한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관심을 갖는 것을 떠나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해 실천을 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싶다. 더 의미있는 것은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도 함께 발행했다는 점이다. 또 조직적으로는 ‘ESG 다양성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외부 인사와 전문가를 모시고 의료기관만의 고유한 속성을 고려한 환경적인 점들을 논의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를 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투명하게 공지를 하는 건 기관 내부의 속사정을 너무 공개하는 것이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웹을 통한 투명한 공시를 통해 기업가, 일반인 누구나 와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투명경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봐도 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ESG 지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평원이 최근 국회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치료와 교육수련 등의 본연의 기능 이외에 경제·사회·환경 전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ESG 지표 도입 방안을 보건복지부 등과 검토해 나가겠다”고 하자 상당수 병원의 항의와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 진료·교육·연구도 중요하지만 이런 ESG 분야에서도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미 ESG 지표를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준비를 해왔다.

-고려대의료원의 최근 ESG경영과 관련한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의료기관의 치료 활동 중 의료폐기물이 많이 발생힌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이 총 3000 병상 가까이 되는데 하루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이 톤 단위다. 결국 그런 폐기물을 소각하고 매립할 때 탄소가 배출되고 온실효과가 발생한다. 때문에 의료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분리배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감염된 것을 제외하더라도, 의료기기를 포장하거나 감싸고 있는 재활용 소재의 플라스틱이 많다. 그것만 따로 분리배출해도 크게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다. 비슷한 아이디어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미래기술원과 협력을 통해 폴리에스터를 원료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직종별로 엄청난 가운과 유니폼을 버리고 새로 제작하고 있는데, 기존 옷을 수거해서 PET 화학 재생 기술을 통해 새롭게 옷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입원실 환자 시트 등 감염되지 않은 린넨이 불필요하게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업사이클 방법도 고민 중이다.

- 탄소 배출량 저감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2022년 5월부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같은해 12월에는 기존 6대였던 지열 발전기를 7대 추가, 총 13대를 운영 중이다. 또 현재 건립 추진 중인 고려대의료원 제4 병원은 의료폐기물을 자체 처리할 수 있는 멸균분쇄시설을 구축하고, RE100도 지향해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려대의료원 산하 기관에서는 재활용을 촉진하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여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종이 없는 회의 시행, 잔반 없는 날, PC 절전 캠페인. 캐주얼 데이 등 다채로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GS건설과 ‘사회적 가치실현과 지속가능 ESG 경영실천’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건설폐기물과 의료기관의 폐기물을 업사이클링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각각 특화된 활동이 있나.

▶다른 산하 기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활동은 고려대의료원의 ESG위원회에서 결정되면 톱다운 방식으로 일괄적으로 내려서 실천하도록 하고 있지만 각 병원의 ESG위원회도 관련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공헌의 경우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많이 논의·실천하고 있다. 구로·안산병원의 경우 주변에 소외지역이 있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의료기관 최초로 ESG 경영 보고서를 공개했을 때 다른 의료기관의 반응은.

▶엄청나게 연락을 받았다. 자기들도 하고 싶다고 지표와 보고서 공유를 요청해 모두 제공해줬다. 의료기관 사이에서는 최초로 고려대의료원이 ESG 경영 실천 항목을 최적화시켜 최초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세웠다고 자부한다. 향후 심평원에서 종합병원 평가 항목에 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장기적으로도 친환경·지속가능 요소가 들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핵심 협력기관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 어바인)가 짓는 새 병원의 경우 원내에 지역 내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한 가스 등 화석연료를 배제한 완전한 전기사용과 탄소제로를 지향하는 병원으로 짓고 있다. 우리 병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의료기관에 최적화된 ESG 지표를 개발했다. 지표 항목을 살펴보면 환경, 노동, 보건안전, 인권, 사회공헌, 정보보호 등 분야별로 상세히 도출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중에서 의미 있는 지표는.

▶고려대의료원만의 KUM-ESG 지표를 자체 개발, GRI 스탠다드. SASB,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등의 원칙에 맞춰 국내 의료기관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사용, 인권 관리체계 수립 등의 국제 필수 지표와 환자친화경영, 지역사회공헌 등 의료기관 실정에 맞는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한 것은 향후 미래방향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본다.

- 최근 해외 환자를 위한 프로젝트와 봉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사회공헌사업본부가 국제보건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많이 했는데, 이는 해외 정부의 예산을 수주받아 하는 것다. 그러나 고려대의료원 설립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글로벌 호의 생명사랑’ 프로젝트는 고려대의료원에 기부한 기부금만으로 100주년인 2028년까지 환자 100명에게 치료비를 대주고 의료진 100명을 연수교육 하는 사업입니다. 최근에는 마다가스카르 외과의사가 복강경 연수교육을 받았으며, 전신 화상으로 일상이 어려웠던 환자의 수술이 진행됐다. 사실 이 사업은 환자 한 명당 비용이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 단위로 소요된다. 감사하게도 고려대의료원의 뜻에 공감해주는 기부자 분들이 흔쾌히 힘을 보태주셨다. 이런 분들이 외국의 어려운 희귀난치성 환자들이 본인의 기부금으로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더욱 뿌듯해 한다. 이 프로젝트는 2028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청각장애인 환자를 위해 원내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등 다른 병원이 흔히 하지 않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안암병원장이었을 때 청각장애인 가족의 애환을 담은 영화 ‘코다’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 역을 맡았던 트로이 코처를 초청해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후 이분들의 뜻에 공감해 수어통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청각장애인 환자를 위한 지원책을 고민하고 우리 구성원들도 수어를 배우도록 했더니 배우는 사람들도 재미있고 뿌듯해했다. 지난 1년간 시범사업으로 수어통역사 2명을 안암병원에 상주시켜 청각장애인 환자의 진료를 지원했고, 올해 9월부터는 정식서비스로 도입했다. 실제로 청각장애인 환자가 많이 늘었다. 사실 크게 어렵거나 특별한 건 아니었지만 각계에서 많은 칭찬을 받았다. 다른 의료기관들도 동참했으면 한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