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작된 쇼” 주장…이민자 혐오 발언 질타

민주당에 후원금 4500만달러 몰려

서로 “이겼다” 했지만 출혈 큰 트럼프…TV토론 후폭풍 계속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ABC 방송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두 후보 측은 각자 자신이 승리했다고 자평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 혐오 발언으로 미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아마도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누군가와의 조작된 쇼를 지켜봤다”며 “솔직히 어제 해리스가 말하는 것을 봤는데, 끔찍하게 질문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전날 ABC방송 주관 TV 토론은 두 후보 모두 사전에 질문을 제공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토론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회자 두 명을 포함해) 3 대 1로 싸웠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해리스 캠프를 비롯해 정치 평론가, 공화당원까지 대다수가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토론이 끝난 후 민주당 전략가들과 관리는 해리스의 연설에 환호했고, 공화당은 사회자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격할 기회를 놓쳤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ABC에 “그녀는 매우 잘 준비되어 있었고, (트럼프에) 덫을 놓았다”며 “잘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략가 케이틀린 레가키는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제를 벗어날 때마다 미끼를 던졌다”고 말했다.

서로 “이겼다” 했지만 출혈 큰 트럼프…TV토론 후폭풍 계속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의용소방대를 방문하고 있다. [AP]

특히 TV 토론 도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혐오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며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불법) 이민자들은 많은 수의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아이티 이민자들과 관련된 인터넷 음모론에 불과했지만 트럼프가 공개토론에서 거론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스프링필드 도시 관리자 브라이언 헥은 NYT에 “SNS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가 왜곡되고, 대통령 선거 기간에 정치적 수사로 확산되는 상황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여전히 해당 발언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는 인공지능(AI)로 제작된 허위 이미지가 유포됐다. 캐롤라인 래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진보 주류 언론이 무시해온 스프링필드 주민들의 고통을 언론이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면서 지지율과 후원금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번 TV 토론은 미국에서만 6710만명이 시청해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의 TV 토론보다 시청자가 30% 가량 더 많았다.

CNN이 토론 시청자 605명을 대상으로 문자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고 답했다. 또 TV 토론이 시작된 이후 몇 시간 동안 민주당 기부 플랫폼 액트블루에 4300만 달러(약 576억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NYT는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선정된 날 이후 가장 많이 후원금이 몰린 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