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 유지...“트럼프도 일방적 축소 어려워”

트럼프 당선땐 한국기업 지원금 불투명

법인세 증감 여부따라 기업들 투자도 ‘휘청’

올해 미국 대선에서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사안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칩스법)’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 칩스법 등 조 바이든 정부의 산업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겠지만,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 표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칩스법을 폐지 혹은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보이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지원금이 실제 국내 기업에게 지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명운이 달려 있는 셈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시 칩스법과 IRA 보조금 폐지 여부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칩스법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협력 아래 추진된 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보조금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하므로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강 연구위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정책을 이어가면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 반도체 기업은 미국 내 공장 설립, 미국 기업과의 기술 협력,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미국에 이미 완공된 공장들을 철수하기도 쉽지 않기에 경쟁 우위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도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2년 제정한 칩스법은 기업에 반도체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527억달러(약 70조 6400억원)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올해 예산은 82억4000만달러로 편성됐다. 보조금을 받은 회사는 10년간 중국 등의 국가에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칩스법에 따라 64억달러(약 9조원)의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지급 받는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지 공장에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달러(약 69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 받았다.

미국 내에서 조립된 전기차는 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1004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5년까지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IRA 보조금 혜택을 조기에 누리기 위해 올해 10월로 석 달 앞당겼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이 마냥 한국 기업에 대한 수혜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부형 이사는 “외국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인한 미국 내 반발도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큰 수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해리스 캠프는 최근 전기차 판매 의무화 법안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박용정 연구실장은 “현재 수요 정체를 겪고 있는 전세계 전기차 시장 상황과 더불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100% 전기차 확대 보급 정책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논란의 쟁점인 법인세도 우리 기업에게 여파가 클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당선 시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 한해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28%까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강구상 연구위원은 “민주당에서 내세우는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수익성 악화와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공화당의 법인세 인하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납세 부담을 줄임으로써 추가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철·김빛나·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