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원안 시행? 유예·폐지?’
전면 시행까지 채 석 달이 남지 않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유예·폐지’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이 명확해지지 못한 가운데 추석 밥상 이슈에 오르게 됐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과 재선 의원 간에 금투세 유예·폐지를 둘러싼 소셜미디어(SNS) 상의 설전에 열기가 더해지는 등 결론 도출을 앞두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도 주요 대권 후보가 금투세 원안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등 지금과 다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투세발(發) 증시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 ‘큰손’으로 통하는 외국인 투심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절대 다수당의 위치에 서 있는 민주당에선 오는 24일로 예정된 관련 당내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쏘아 올린 금투세 유예 논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 간에는 “합리적 보완 후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하자”는 입장과 “유예 후 보완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재선인 이소영 의원 간의 설전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최근 SNS에 글을 올려 “비포장도로라도 수익을 올렸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면서 금투세 유예론자인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를 일단 유예하고 상법을 개정한 후 우리 주식시장이 건전해지면 금투세를 다시 시행하자는 주장에 얼른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서 “이 의원은 비포장도로에 통행세를 걷으면 안 되고 깔끔하게 포장한 후에 걷자는 비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 진 정책위의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제가 비포장도로에 통행세를 걷지 말자고 한 취지는 그 도로가 울퉁불퉁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옆에 ‘아우토반’과 같은 대체도로가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도로가 ‘포장도 안 깔고 통행세 받겠다’고 하면 차량들이 바로 옆 아우토반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 도로는 통행량이 줄어들어 한산한 비인기 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세 전면 시행 시 국내 증시 투자금이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로 떠날 수 있다는 금투세 도입 반대 입장을 들어 논박한 것이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주요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예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 의원 외에도 이언주·정일영·전용기·이연희 의원 등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진보진영에선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금투세 원안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동안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란 한목소리만 나오던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이견이 나오는 분위기다. 비록 원외 인사지만 당내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금투세 완화론에 대해 일침을 가하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 경제전문가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투세는 조세의 원칙, 정의, 공정성 차원에서 필요한 세금”이라며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제가 이런 소리하면 주식투자 하시는 분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데, 왜 여야 대표가 모여가지고 지금 저출산·양극화 등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왜 금투세를 대단한 이슈같이 이렇게 하는지”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모두 겨냥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금투세가 무슨 1호 안건이냐.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가 민생이란 점을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여당 주요 당직자들은 금투세가 ‘민주당세'로 불리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동훈 대표는 “국내 증시를 버린다는 메시지를 다수당인 민주당이 줘서는 안된다. 금투세는 정치권이 대한민국의 '국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중요한 바로미터가 됐다”며 “금투세에 대해 일부 투자자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금투세를 둘러싼 국민 여론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1~22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7%) 결과 금투세 시행에 대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4.0%, ‘유예해야 한다’가 23.4%로 집계됐다. 폐지·유예가 57.4%인 셈이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27.3%에 그쳤다.
반면 한양경제가 조원C&I에 의뢰해 지난달 10~12일 전국 유권자 3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 응답률 2.4%)에서 응답자의 52.5%가 ‘2025년 시행되는 금투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7.7%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8%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2.1%)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39%,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41%로 팽팽하게 갈렸다. 20%는 의견을 유보했다. 다만 주식투자자(351명) 사이에서는 시행 찬성(42%)보다 반대(54%)에 무게가 실렸다.
경제학계에선 금투세 시행 기간을 추가적으로 유예하거나 수정 과정을 거쳐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로 가장 많았다. 예정대로 시행해야한다는 의견은 11%에 불과했고, ‘폐지’ 입장 역시 20%에 그쳤다. 금투세 시행이 국내 증시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51%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증권업계에선 큰손 투자자의 엑소더스(대탈출)에 따른 증시 활력 저하로 국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벌어질 부정적 결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직접적 금투세 대상은 아닌 외국인 역시 불안정한 정책 이슈를 악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단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심리적 측면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내년 1월 시행예정인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을 거래해 발생하는 소득 중 ▷국내주식(국내주식형 ETF포함) 5000만원 이상 ▷채권, 해외주식,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기타 금융상품이 250만원 이상일 경우 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3억원 까지는 22%, 3억원 초과 시 27.5% 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큰 손 투자자들이 주된 대상이다. 다만 최근 해외주식 ETF 및 채권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주식(국내주식형 ETF) 외 기타금융상품으로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릴 경우 과세대상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