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비 홍대선원 준한스님 인터뷰
“고통의 시대, 불교·선명상이 답될것
자신에 집중하면 ‘비교’ 괴로움 잊어”
“스트레스, 불안함은 내 마음속에서 한 생각이 일어나면서 병이 되는 거예요. 사람들은 흔히들 괴로움은 밖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내가 괴로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죠.”
최근 회자되는 ‘선명상’은 사실 불교의 오랜 수행 방법 중 하나인 참선·명상이다. ‘서양식 명상’과 차별화하기 위해 조계종이 일종의 ‘리브랜딩’을 한 것이다. 조계종이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참선’이란 말 자체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 때문이다. 왠지 참선을 하자고 하면 종교적 벽을 느끼고 뒷걸음질 치는 게 일반 대중들의 심리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참선, 즉 선명상이다.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난 준한스님은 “원래 명상하면 불교다. 그런데 종단 차원에서 지금이 불교가 여태 쌓아왔던 명상의 노하우를 제대로 풀어낼 때가 됐음을 느껴 선명상 대중화에 나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준한스님이 주지로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저스트비 홍대선원은 지역의 특성상 연령대가 어린 청년들과 외국인 수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불교는 유일신을 향하는 다른 종교와 달리,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특히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준한스님은 “내 안의 평화, 행복, 충만함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을 시대가 아는 시기가 오면서 불교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준한스님은 명상을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자’라는 한 줄로 정리했다. 노는 것도 명상이요, 쉬는 것도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은 괜한 번민을 거듭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또 좋고 나쁨의 감정을 단박에 가르고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판단을 내린 후에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앞선 결정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 사회가 유독 피곤하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같은 뿌리에서 찾을 수 있다.
“머리를 너무 많이 쓰는 데서 오는 게 피곤함인 것 같아요. 카르마(Karma·업보), 습관이죠. 머리를 계속 굴리는 게 습관이 되면 몸이 피곤해도 잠에 들지 못하고 더 피곤해져요. 많은 한국인들이 마음을 쉬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준한스님은 서로 비교하고 우열을 나누는 문화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그대들의 탓이 아니다”고 전한다.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생존 DNA가 박혀있을 수 밖에 없으며, 아이들 또한 무한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매트릭스 프로그램에서 갇혀 자꾸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남과 비교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남에게 신경을 끄고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며 선불교에서 말하는 수행, 지금은 선명상이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스스로를 못 믿는데 누가 날 믿어주겠어요. 내 안에 무한한 내면의 힘과 지혜가 있다는 것은 부처님부터 시작해서 모든 성인이 말했던 거예요. 거울을 보고 내 단점마저 스스로 안아 줄 수 있어야 해요.”
오는 10월이면 개관 2주년을 맞는 저스트비 홍대선원은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재미있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나가도록 방향을 잡아주겠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