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비중 40% 니켈 조달 급선무 판단

니켈강자 중국 GEM과 협력…오너 복귀로 사업 속도

이차전지 소재 사업 통합…일원화 통해 시너지 극대화

매출 7조원대 회사로 키운 리더십으로 캐즘 위기 탈출

“안주하면 3~4년 뒤 사라진다”…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경영 복귀’ 하자마자 던진 위기론 [비즈360]
지난해 5월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에코프로글로벌 헝가리 사업장’ 착공식에 참석한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배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지금과 같은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에코프로도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3~4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광복절 특별 사면에 이어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10평짜리 단칸 사무실에서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에코프로를 국내 대표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으로 키워낸 이 전 회장이지만, 현재의 상황은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과잉 투자와 함께 배터리 산업 생태계 종사자들이 제조업 본질의 경쟁력을 무시한 것이 캐즘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기술 및 공정 개발을 통한 혁신,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복귀 후 이 전 회장의 첫 번째 경영 활동은 지난 10년간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니켈 제련’의 강자 중국 GEM과 양극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이 전 회장의 공백으로 주춤했던 주요 협력사와의 공동 사업 추진과 대규모 투자 등이 한층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GEM과의 이번 밸류체인 구축 역시 이 전 회장의 적극적인 추진력이 기반이 됐다. 이 전 회장은 캐즘을 돌파할 카드는 결국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원계 배터리에서 원가 비중이 40%에 달하는 니켈을 저렴하게 조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중국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보다 약 20% 비싸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빠지며, 저렴한 가격의 LFP를 활용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15만톤의 니켈 제련소를 운영 중인 GEM과 협력해 광물, 제련 공정까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제련-전구체-양극재’ 등 양극 소재 생태계 전반에 개입해 시장 가격 파괴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구체적으로 그룹에서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비엠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전구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GEM의 니켈 제련소 지분을 인수해 제련업에 본격 진출한다.

이 전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산업 대혁신을 이루게 된다”며 “삼원계 배터리가 몇 년 내 새로운 형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코프로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기존 이차전지 소재 사업들을 통합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9일 리튬 사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씨엔지를 상호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두 사업의 일원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이차전지 산업 내 핵심 원재료의 전체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포괄적 사업을 영위하는 통합 법인(상호 미확정)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1998년 6000만원에 불과했던 에코프로의 매출을 지난해 7조원대까지 끌어올린 경영인”이라며 “이 전 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에코프로가 재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주하면 3~4년 뒤 사라진다”…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경영 복귀’ 하자마자 던진 위기론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