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블랙먼데이’?…美증시 재차 급락에 불안한 국내증시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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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지난 7일(한국시간) 다시 한번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뉴욕증시가 이번주에도 변동성이 큰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도 9일 불안한 출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77% 급락하며 2022년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한 주간 4.25% 내리며,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최악의 주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주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93% 하락했다.

뉴욕 금융시장에는 또다시 'R(Recession, 경기 침체) 공포'가 드리웠다. 미국 제조업황이 부진하고, 노동 시장도 냉각하고 있다는 신호가 또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 S&P 글로벌,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8월에도 미국의 제조업황은 위축세를 이어갔다.

고용 관련 지표는 대체로 부진한 수준을 나타냈다.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대비 14만2천명 늘어나면서,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또 6~7월 비농업 부문 고용 수치도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시장이 앞서 알려진 것보다도 좋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4.2%로 선방했지만, 노동 시장이 냉각하고 있다는 신호는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5일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를 앞둔 며칠과 비슷한 흐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증시 투매를 촉발한 최초의 방아쇠는 제조업 부진이었다. 직후, 7월 비농업 부문의 실업률이 4.3%로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의 공포감이 증폭했다.

여기에 일본 엔화의 캐리트레이드 청산 흐름이 더해지면서 주가 폭락세를 심화했다. 제조업과 고용 지표가 연이어 부진한 상황은 지난 8월 초의 흐름과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하다. 게다가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에 대한 2차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초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의 긴장감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통상 9월은 주식시장이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기간이라는 점도 주식시장이 부진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미국 주식과 퀀트 수석 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이 같은 장에서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다며 안전한 자산에 자금을 보관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만약 이번 주 주식시장이 급속한 조정을 받는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는 새로운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이 보통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인 '빅 컷'을 단행해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이 실제로 '빅 컷'을 단행할 경우 경제 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을 촉발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긴급하게 대응할 정도로 미국의 경제가 망가졌다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연준 내 유력 인사들은 연이어 발언에 나서며 이번 달 중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개시하겠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설을 통해 이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밝힌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월러 이사와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빅 컷'이 아닌 통상적인 수준인 25bp 인하에 조금 무게를 실어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부터는 연준 위원들이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된다. 유럽에서는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됐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주요 물가 보고서가 발표된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미 시장과 연준의 주요 포커스는 물가에서 고용으로 넘어간 만큼, 물가 수치는 뜻밖의 수치가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의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 ‘블랙먼데이’?…美증시 재차 급락에 불안한 국내증시 [투자360]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1.22포인트 내린 2544.28에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8.69포인트(2.58%) 내린 706.59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한편, 월초부터 약세장이 펼쳐진 이번달 들어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한 물량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성적표'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9월 2일∼9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1위, 개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1조5749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은 2조1천490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주간 기준 삼성전자는 7.27% 내리며 '7만전자'가 깨졌다.

외국인 순매도 2위·개인 순매수 2위는 SK하이닉스로 9.96% 내렸고, 외국인 순매도 3위·개인 순매수 3위인 현대차는 10.96% 하락했다. 개인은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한 삼성전자우(-6.50%), NAVER(-7.04%), 카카오(-8.60%), 기아(-5.75%) 등 물량도 사들였지만 역시 손실을 보았다.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 10개 중 수익이 난 종목은 없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을 20개로 넓혀도 플러스 수익률은 유한양행우(20.20%) 한 종목에 불과했다. 이번주 코스피 지수는 나흘 연속 내렸다. 주로 저가 매수해 주가가 오르면 차익 실현을 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전략이 연이은 하락세에 좌초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 10개 중 4개는 이익을 거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기본적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Buy low, Sell high)이라면, 외국인은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전략(Buy high, Sell more high)을 통해 시세를 만들고 시장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엇보다 굴리는 돈의 단위가 다르다. 외국인 수급이 주목받는 이유"라며 국내 증시에서 주로 외국인과 기관이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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