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 했는데 의대 강의실 비어…수강신청 5%뿐

일부 의대생들 학부모 시위…“유급된 학생들 어떡하냐”

의대 관계자 “의대 교수 채용·예산계획 결정해 달라”

“100명 정원 수업에 듣는 학생 10여명”…복귀 요원한 의대생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2학기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2학기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주요 의과 대학교에서는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라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수도권 9개 국립대로부터 받은 2학기 의대생 등록금 납부 현황에 따르면, 등록을 마친 의대생은 180명으로, 재학생 대비 3.8%에 그쳤다. 수강신청 인원은 277명으로 전체 인원의 5.9%에 불과한 수치다.

대학들은 유급 방지책을 내놓고 학사 일정을 계속 내놨으나, 지난 2월부터 집단 휴학 신청을 내고 현재까지 7개월 가까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의대생 수업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의 유급 판단 시기를 학기 말이 아닌 학년말로 조정하는 것과 성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 성적을 ‘미완 학점’으로 처리하고 일정 기간 내에 내용을 보완할 경우 성적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그럼에도 의대생들의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다. 서울 주요 의과대학 학생 A씨는 “2학기 개강을 했지만, 수업 전체 인원 100명 중에 수업을 듣는 학생은 10명 정도”라며 “대부분의 학생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 남자 학생들은 대부분 군입대를 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의과대학 학생 B씨는 “폐쇄적인 의사들 사이에서 다른 주장을 하면 ‘의대생들 커뮤니티’에 박제되는데 어떻게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여느 의대생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일부 의대생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충북대학교 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의과대학 학부모 10여명은 지난 6일 대학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 증원 정책이 강화된다면 학생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라며 “내년에 3배 증원된 신입생들이 입학해도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은 전국 의과대학 가운데 가장 증원폭이 크다.

학부모들은 “학교는 비과학적인 정부의 통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휴학계 승인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유급된 학생들보다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학습권이 더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충북대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의료 개악에 맞서 강의실을 박차고 나왔다”며 “학부모들의 외침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단일대오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증원된 정원을 반영한 의대 입시가 지난 7월 재외국민전형으로 시작했고, 당장 이날부터 수시모집 전형도 시작하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2025학년도 증원분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1509명을 늘리고, 2026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을 가정한 채 소요 예산, 교수 채용 등 계획을 세워둔 상황이다.

의과 대학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한다고 해서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정부에서 미복귀 의대생들에 대해 일단 휴학 처리를 해주고, 내년도 의대 교수 채용 및 예산 계획 등을 결정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