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수장 한 무대서 담화
파운드리 경쟁자, 보기 힘든 광경
“좀처럼 보기 힘든 ‘투샷’인데, 참 신기하네요.”(반도체 업계 관계자)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을 책임지는 이정배 사장과 TSMC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만나 ‘AI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이를 본 업계에서는 공식 석상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는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자이자, 반도체 매출 1위 타이틀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관계다. ‘TSMC의 고향’인 대만에서 사장급과 부사장급 임원이 AI 반도체에 관해 인사이트를 나눈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세미콘 타이완 2024’의 가장 하이라이트 행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구글, 마이크론, ASE,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 마벨, imec의 대표 또는 임원이 참여한 CEO 서밋이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SK하이닉스에서는 김주선 AI인프라담당 사장이 참석해 AI 시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메모리 기술력에 대해 기조연설을 했다.
세션의 백미는 가장 마지막에 진행된 AI 반도체 ‘노변담화’였다. 대만 후공정 기업인 ASE의 톈 우 최고경영자(CEO)가 사회를 맡고, 이정배 사장, Y.J. 미 TSMC COO(부사장)과 하미두 디아 구글 응용AI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참여했다. 담화는 약 50여분 동안 진행됐다.
삼성전자와 TSMC의 임원이 공식 석상에 함께 참여해 담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TSMC의 경우 임원들이 글로벌 행사는 물론 대만에서도 포럼 등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파운드리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 역시 극도로 조심할 정도로 보수적이다. 때문에 이번 담화는 이례적인 일일 뿐더러 업계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사장과 미 부사장은 AI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또 하나의 혁명이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 사장은 “과거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이 태동했던 역사를 보면, 항상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붐 현상이) 훨씬 컸다”며 “AI도 아직 시작 단계라고 생각하며, 업앤다운이나 캐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AI가 인류를 돕는 한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 부사장도 “이정배 사장의 말에 동의한다”며 “AI는 거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일자리를 없앨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가장 큰 경제 국가인 미국 경제부터 시작해 추후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인프라 등 모든 영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로 50% 이상의 산업 성장률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지금은 AI 시대를 위해 씨를 뿌리는 시기”라며 “AI의 본성(네이처)을 고려할 때 투자 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 산업은 AI에 베팅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은 주로 AI의 미래에 대한 대화로 구성됐다.
두 회사의 경쟁 분야인 파운드리 시장의 기술이나 현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6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1.5%를 차지했다. 타이베이=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