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명품시계 직접 밀반입한 혐의 세관원들…징역형 집행유예
‘전자통관시스템’ 검사결과 조작해 화물들 무검사 통과시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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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중국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 고가의 짝퉁 명품시계를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세관공무원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진행중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세관공무원 일부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결과를 조작해 화물을 검사 없이 통과되게 만들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속성과 편의성을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일부 공무원들의 ‘탈법’ 현장이 된 셈이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신흥호 부장판사는 지난 3월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세관공무원 김모(42)씨와 정모(49)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 절차를 밟고 있다.
세관공무원인 김씨와 정씨는 2016년 11~12월 중국 현지에 체류하는 김씨의 동창 이모 씨에게 부탁해 위조된 롤렉스(ROLEX) 상표가 부착된 시계 4점을 직접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들은 이씨의 설명대로 중국 소재 환치기업자 A씨의 계좌에 대금과 운송비 총 130만원을 송금한 뒤 아무런 신고도 없이 이씨가 홍콩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통해 수입하는 화물에 위조 롤렉스 시계를 은닉하는 방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인천본부세관에서 근무하던 정씨는 2018년 1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있던 주무계장 B씨의 직원코드를 이용해 전자통관시스템에 접속한 뒤 모 관세법인 소속 관세사 C씨가 신고한 간이특송 수입신고 1건의 심사자를 본인으로 지정해 수작업 배부한 혐의(공전자기록등위작,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도 받는다.
수입신고서는 일정한 배부 기준에 따라 전자통관시스템에서 심사자에게 자동 배부되는데, 배부받은 사람이 퇴직, 휴직 등으로 신고서를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전결권자인 과장 및 주무계장이 신고서를 다시 수작업 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정씨는 이 무렵부터 2019년 9월까지 449차례에 걸쳐 총 1607건의 간이특송 수입신고 심사자를 자신으로 지정 및 저장해 전자통관시스템에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정씨는 2018년 3월 중국 위조품 밀수입 총책 D씨가 관세사 C씨를 통해 수입신고한 특송화물(T-SHIRTS) 480점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도 마치 검사를 한 것처럼 전자통관시스템 결과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정씨는 전자통관시스템 간이특송 검사결과등록 화면에서 검사결과코드를 ‘A(이상없음)’로 입력해 해당 화물이 그대로 통관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씨는 이때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검사대상 화물로 선별된 화물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검사결과코드를 허위로 입력해 이를 전자통관시스템에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사건을 심리한 신 부장판사는 “김씨와 정씨는 관세공무원이면서도 밀수입을 했다”며 “정씨는 상당 기간 동안 수백여 차례에 걸쳐 허용되지 않은 방법으로 수작업 배부를 하고 27차례에 걸쳐 허위 검사 결과를 입력했다”고 지적했다.
신 부장판사는 다만 “정씨는 초범으로, 부서의 업무과다를 해결하고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공전자기록등위작죄와 그 행사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는 2012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 외에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위조 의류나 잡화를 밀수입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씨의 친누나와 의류업자에게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나머지 중국 위조상품 밀수입 유통 관련자 3명에게는 벌금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