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확정
기금수익률 1%p 이상 제고…재정·인구 여건 따라 연금액 조정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4일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장기 재정 안정성 확보, 미래세대 신뢰 강화, 실질소득 제고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로 올리고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는 한편, 재정이나 인구 여건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우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 인상한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복지부는 21대 국회 연금특위 및 공론화 논의 내용, 국민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13%까지 인상하되,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기금수익률도 1%포인트 이상 높인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금 규모도 1036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도출된 장기 수익률은 4.5%였으나, 이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5월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산배분체계 개편안을 의결한 바 있다. 앞으로도 수익률이 높은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수행 난이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를 위해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운용 인프라를 강화해 기금수익률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복지부는 모수개혁과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를 제고하는 경우 현행 2056년인 기금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추진계획에 새롭게 포함돼 향후 도입을 추진하는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 실질가치를 보전하고 있지만,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복지부는 최근 저출생·고령화 추세와 기금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장치 도입 논의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입 시점에 따라 기금소진 연장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보장 수준에 미칠 변화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통해 연금개혁 방향성과 5대 분야 15개 추진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 산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공론화를 실시해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더욱 든든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도 세밀하게 검토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개혁안이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금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국회가 조속히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등 논의구조를 통해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