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베이징·쿤밍·허페이 확대
아시아나도 베이징·시안 등 운항재개 나서
서구권 항공사 빠진 자리 공략…실적 개선 뚜렷
“글로벌 항공 허브 경쟁 치열…中 시장 중요성 여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중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미와 유럽에 거점을 둔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들이 중국행 항공편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반면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행 항공편 숫자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정세 변화로 ‘차이나패싱’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오히려 필수적으로 노선이 필요한 ‘틈새 항공수요’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달 16일부터 부산~베이징 노선을 주 6회 일정으로 편성하고, 10월부터는 인천~쿤밍 노선을 주 4회 운항 일정으로 운항한다. 지난 19일부터는 인천~허페이 노선에 대한 주 4회 운행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도 오는 10월부터 인천~베이징·상하이 노선에 대한 증편에 착수하고, 내달 9일부터는 인천~시안 노선, 30일부터는 김포~베이징 노선에 대한 운항재개에 들어간다. 또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서도 이스타(인천~장저우) 등 중국행 노선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쿤밍과 시안은 관광도시인 동시에 각각 철강과 IT 산업 관련 글로벌 시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허페이는 선전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도시 중 하나다. 관광수요와 비즈니스항공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 1~7월 국내~중국 노선 운항 편도수는 6만1136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6만9395편) 대비 88% 수준까지 회복됐다.
해외항공업계와 비교했을 때도 비교적 빠른 개선세다. 글로벌 항공정보제공업체 OAG 집계에 따르면 우리 항공업계는 올해 8월 국적별 항공수용력에서 태국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전체 1위는 전일본공수 등이 포진한 일본이었다. 북미와 유럽 항공사들이 올해 여름 성수기를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2018년 1만3000여 편)에서 60% 이상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서구권에서 발생한 항공편 공백을 국내 항공사가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객 부문은 비즈니스와 관광 수요를 직접적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화물부문 실적에서는 국내 ‘항공 빅2’의 사업상 성과가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2분기 화물 영업수익이 1조9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증가했는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화물 수요를 미주와 유럽권으로 나른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전체 노선별 매출비중에서 미주 지역이 차지한 비중은 51%로 전년동기대비 4%p 증가했는데, 판매지역별 매출에서는 미주권이 3%p 감소한 9%로 집계된 반면 중국 비중은 4%p 증가한 39%였던 것이다. 노선별로 봤을 땐 미국으로 향하는 물량에서 수익이 났는데, 이를 발주한 업체는 중국에 위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실적 자료를 통해 “중국발 전자상거래의 안정적 출하와 홍해사태에 따라 해상 수요가 항공으로 전용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전자 상거래 고정 계약을 확대하고, 에너지설비,의류, 의약품 등 대형수요 유치로 수익성을 제고했다”거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화물매출액이 42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했는데, 미주노선 매출액이 2161억원으로 전년대비 24% 늘어났다. 미주노선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도 4%p 증가해 50.3%까지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의 이러한 틈새시장 확대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베이징·상하이·홍콩 등 중국계 공항들이 담당해 온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인근 국가들이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최근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오는 2027년 물류단지 3단계를 완공하고, 연간 승객 1억명 수용을 노리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국내와 태국을 오가는 에어아시아엑스의 방콕 거점공항을 돈므앙으로 변경했다. 태국 정부 차원에서 돈므앙공항을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항공 수요에서 관광을 많이 떠올리지만 상당부분 실적은 비즈니스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다양한 첨단산업에서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항공분야에서 허브국가를 꿈꾸는 우리나라에서는 중국발 수요를 잡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