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염두에 둔 법안” 의혹
국민의힘도 발의하며 상쇄돼
판사 92.1% “완화 필요하다”
판사 92% “3~5년이 적절해”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여야는 법관 임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 완화 법안을 내며 모두 ‘재판 지연’을 문제로 지적했다. 당초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행 5년 유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할 당시, 현재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친한동훈(친한)계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또한 같은 취지의 법안을 내면서 이러한 논란 역시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법관 임용 문제에 대해 공감을 보인 만큼, 법관 임용 공고가 게시되는 내년 1월 전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에서도 판사 임용을 위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크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17~23일 대법원장과 대법관 및 법원행정처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법관 전체 3150명을 대상(응답자 수 1520명, 응답률 48.3%)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판사 10명 중 9명이 ‘3~5년’으로 법조경력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서 정한 법관 임용자격으로서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에 92.1%(1400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은 6.7%(102명),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은 0.8%(12명)로 집계됐다.
또한 ‘법관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 요건은 몇 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문항에 ‘3년’으로 응답한 판사들은 750명(49.4%), ‘5년’으로 응답한 판사들은 648명(42.6%)으로 나타났다. ‘7년’은 2.0%(31명), ‘10년’은 2.2%(33명)에 그쳐 ‘3~5년’으로의 완화가 필요하단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법조 경력이 7년 정도 되면 로펌에서는 유학을 갔다 오는 시기고, 막 유학을 다녀온 입장에선 조만간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시기기도 하니 법관으로 옮겨오기가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며 “또 7년 차가 되면 점점 경력이 길어지니 다시 진로를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최소 경력 5년’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판사임용자격으로서의 법조경력요건을 ‘3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 국회 내에선 국회의장과 원내 170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 내 공감과 더불어 국민의힘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입법 역시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지난달 25일 김승원·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 환영사에서 “법조일원화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며 “사법부와 법원이 국민의 인권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환영사에서 “법원은 또다시 큰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현재 법관 임용을 위해 필요한 5년 이상의 경력 조건이 내년부터는 7년 이상으로 상향된다”며 “무조건적인 법조 경력 상향은 법원의 고령화와 인력 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법관 고령화로 인해 재판 지연 문제를 심화시킨단 지적도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국회에 올라온 법안들이 원활하게 잘 통과돼 올해 안에 입법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