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권고로 도입된 생리공결제
시행 초기부터 오남용 지적 받아
남학생에 대한 형평성·역차별 논란으로도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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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수도권의 한 대학이 최근 ‘소변검사’ 후 발급된 진단서만 생리공결 증빙서류로 인정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2006년 도입 이후 생리공결은 학생의 학습권 침해, 형평성,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 등으로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서울예술대학교는 지난 12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2024-2학기 생리공결 출석인정 안내사항’을 올려 “병원에서 소변검사 실시 후 ‘소변검사 실시’가 기입된 진단서 및 진료확인서에 한해 출석 인정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용 기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생리공결을 인정받기 위해선 ‘소변검사 실시’ 결과가 기입된 서류를 병원 방문일로부터 7일 이내에 교무처에 방문해 접수해야 한다. 중간고사 기간인 개강 8주차와 기말발표가 시작되는 개강 12주차엔 생리공결이 인정되지 않는다.
관련 규정을 강화한 이유에 대해 대학은 “2022년 1학기 총학생회 요청으로 생리공결의 증빙서류를 진단서 뿐 아니라 진료확인서도 허용했으나 이후 생리공결 사용이 급격히 증가해 2024년 1학기 전체 출석 인정의 53.5%가 생리공결 출석인정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 학생의 경우 생리통과 무관하게 결석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부정 사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덧붙였다.
학습권 침해·남학생 역차별·제도 오남용으로 갑론을박 이어지는 생리공결제
대학의 생리공결은 2006년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내세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도입된 바 있다. 여학생들이 극심한 생리통을 겪을 경우 강의에 불참하되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한학기당 3~5회 정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11개 주요대학 중 서강대, 연세대, 성균관대를 제외한 8개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하지만 생리공결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몇몇 대학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거나 폐지했다. 성균관대는 생리공결제 대신 진단서인 ‘출석인정신청서’를 제출하면 교강사의 재량으로 출석을 인정해준다. 서강대의 경우 2007년부터 생리공결제가 시행됐지만, 일부 여학생들이 생리공결제를 악용해 2008년 폐지했다. 서울권 여대 중 이화여자대학교는 유일하게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다만 “2학기 중 제도 도입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생리공결은 제도 오남용, 학생의 학습권 침해, 타 질병과의 형평성,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 등으로 번번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제도 오남용의 경우는 도입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이후 교수의 교육권 침해·학생의 학습권 논란으로 이어지다 남학생에 대한 형평성·역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2018년, 한국외대가 생리공결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생리주기를 전산망에 입력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논란 끝에 시행을 보류했다.
2019년 카이스트(KAIST) 학부 총학생회는 “생리공결제가 오남용되고 있다”며 생리공결제 이용현황 통계를 공개했다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총학은 “생리공결 1일 평균 신청 횟수는 7.3회인데 연휴 기간 전후 최대 30회, 월요일 최대 47회의 신청 건수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폐지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편견을 조장한다” 등의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지난 2023년에는 한 교수가 “여학생들 생리 공결 쓸거면 써라. 출석인정 해주겠다”라면서도 “대신 태도 점수에서 감점하겠다. 나는 국가의 부름(예비군), 3촌 이내의 사망만 인정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학생의 교육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생리공결제 규정 강화…인권침해 VS 오남용 방지
이처럼 생리공결에 대한 갑론을박은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번 서울예대의 생리공결제 규정 강화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25세 남학생 A씨는 “내 주변에서도 ‘생리공결을 쓰고 친구들과 롯데월드를 다녀왔다’는 오남용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서울예대처럼 증빙 서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때로는 출석 점수 1~2점, 소수점 자리의 차이로 A+와 A0 점수를 가르기도 한다”며 “소수의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학생들로 인해 학생들이 성적에서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에 재학중인 24세 여학생은 “생리공결제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생리통이 심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프기 때문에 등교가 무리일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예대의 방침에 대해선 “진료확인서나 진단서에서 명시하는데, 소변검사까지 받아오라는 규정이 수치스럽고 그 결과지를 교강사에 제출하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22세 또 다른 여학생은 “생리통보다 더 아플때도 병원에 다녀오기 때문에 생리를 이유로 증명서도 없이 결석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서울예대의 방침에 대해서는 “소변검사는 생리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반대했다.
25살의 또 다른 남학생은 “여학생도 남학생도 각자의 고충이 있기 마련”이라며 “여학생은 생리공결을, 남학생은 예비군을 출석 인정 해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