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이어 광복절 샌드위치 연휴에도 파업
통상 연차 쓰는 직원 많은데…“무슨 의미 있나” 논란
조합원 확대 속도 이달 들어 뚝↓
당초 파업 취지와 달리 ‘산으로 간다’ 지적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광복절 샌드위치 연휴 기간(15~18일)을 맞아 게릴라성 파업에 들어갔다.
15일에 휴일 근로 거부를 실시하고, 이후 변형교대, 4조3교대, 자율출퇴근제 등 근무형태별로 파업 근태를 회사에 통보하거나 휴일 근로 거부에 나서자는 파업 지침을 내렸다. 샌드위치 연휴 기간에는 오피스 인원들도 휴가를 많이 가기 때문에 파업 참여로 공백이 생긴 생산라인 지원을 나올 수 없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도가 깔렸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의 반응은 갸우뚱 하다. 샌드위치 연휴에는 통상 많은 직원들이 연차를 쓰고 쉰다. 이 기간에 파업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삼노는 지난 6월 현충일을 포함한 샌드위치 연휴(7일)에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파업 효과는 적었다. 정작 올해 6월 7일 연차 사용 인원은 지난해 6월 5일(당시 샌드위치 휴일)의 연차 사용 인원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차를 소진하면서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전삼노의 자존심만 구긴 사례가 됐다.
이처럼 샌드위치 연휴에 파업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파업이 휴가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조합원들은 회사 익명 게시판에 파업 근태를 통보하고 여행을 간 후기를 적어 직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은 전삼노의 세력 확장이 주춤해지는 것에서도 엿보인다. 지난달 초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을 당시 전삼노 조합원 수는 3만1000여명이었다. 이후 총파업 기간 동안 조합원 수는 3만6549명(지난 5일 기준)까지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가 시작된 후에는 사실상 정체기다. 14일 기준 전삼노 조합원수는 3만6584명으로 전해졌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전삼노의 파업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는 ▷2년 치의 교섭 조건으로 사측에서 약속한 휴가 제도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성과급 산출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 등이 주요 안건이었으나, 갈수록 목적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연 노조 탄압 문제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 예다.
오는 20일 ‘월급날’이 다가오는 것도 직원들의 노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진행한 무기한 총파업으로 인한 급여 손실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직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참여조합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대리급 400만원, 과장급 500만원 가량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 금액을 8~10월 동안 3개월 월급에 분할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삼노 집행부는 독단적으로 노조원들 동의 없이 이를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은 사활을 걸고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매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 샌드위치 휴일을 노리고 얄팍한 파업을 단행하는 삼성전자 노조가 얼마나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