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국→외국’ 형법 개정안 與野 총 6건 발의

與 “한동훈 지도부 완성하면 자연스레 추진”

신임 정책위 구성되면 당론 추진 논의 전망

野 “한동훈 거짓말로 당내 긍정기류 확대”

박지원 등 이견 “국보법으로도 충분하다”

韓이 불붙인 ‘간첩법’ 개정…與野 “공감대 넓다” 이슈 선도 움직임[이런정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신현주 기자]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이 이전 국회에서 무산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안보 분야는 상대적으로 보수 정당이 더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로 꼽히지만 더불어민주당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던진 야당 책임론에 반박하며 이슈 선점을 위한 법안 발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간첩죄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은 총 6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인요한 의원이 각각 2건을 대표발의했고, 민주당에서는 장경태·박선원·위성락·강유정 등 4명의 의원이 차례로 대표발의 법안을 내놨다. 특히 전날 발의된 강유정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최근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블랙요원’ 정보를 비롯한 다량의 정보를 중국인에게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와 관련해 처음 나온 법안이다.

한 대표는 연일 민주당을 비판하며 간첩죄 적용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향후 이를 당론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임 정책위의장직에 내정된 김상훈 의원의 임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한 만큼 향후 간첩죄 관련 형법 개정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한동훈 지도부’가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신중한 태도로 지난 국회에서 (간첩죄 관련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지금 시대는 정보가 안보로 직결되는 시대다. 민주당이 찬성한다면 신속한 개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韓이 불붙인 ‘간첩법’ 개정…與野 “공감대 넓다” 이슈 선도 움직임[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

과반 의석을 확보해 입법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 역시 당론 추진 여부를 둔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의 야당 책임론 대해선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법안 개정에 앞장서 이슈 주도권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아직 당론 추진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의원들 간 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며 “한 대표가 명백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당내 긍정 기류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2023년 당시 법사위 회의록만 봐도 ‘외국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발언하는 등 법 개정에 앞장선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안보에 소홀한 보수당 대표 딱지가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본인의 실책을 국민께 사과하고 민주당의 간첩법 개정안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에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 등 형법 개정에 이견을 가진 일부 인사들도 있어 신속한 당론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간첩이건 조폭이건 전부 색출하고, 마지막 기소 단계에 검찰에 넘겨 유죄 판결을 받아내도록 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도 있고 (법이) 충분하게 있다”고 지적했다.

간첩죄 확대 논의는 2000년대 초부터 거듭 반복돼왔지만 국회에서의 법 개정은 번번이 무산됐다. 현행 형법 98조 1항은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국 개념은 북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북한이 아닌 외국에 국가기밀을 유출하는 등의 행위는 현행법에 따른 처벌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