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연 인선 검토…“기능 3개로 분리 운영해야”
배현진·박수영·김재섭·김소희 등 거론…원외 이재영
낙선자 불만-여연 내부 갈등에 ‘조직장악력’ 중요성↑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여연)이 크게 확대·재편될 전망이다. 여연 개혁은 한동훈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이자, ‘변화’를 내건 새 지도부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주로 초선 의원이나 원외 인사가 맡았던 원장직에 최소 재선 또는 여연 근무 경력이 있는 전직 의원 등이 수장을 맡아 내부 기강 확립하고 기능 강화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최고의 여론조사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여연은 잦은 수장 교체, 내부 경쟁 실종에 따른 전문성 부족 등 지적을 받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10 총선 전후로는 여연이 지역구 후보자들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쇄도했고, 내부 갈등으로 인한 노조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3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는 최근 여연 원장 인선에 관한 추천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여연을 3개로 사실상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론조사 및 빅데이터(민심 파악) ▷정책 개발 ▷청년정치 지원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공개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한 대표는 “지금은 이 부분(기능)이 사실상 혼재돼 있어 민심 파악 기능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며 “민생 정책 개발 기능을 별도로 분리해 외부 논객들과의 아웃소싱도 강화하고, 전문가들도 더 좋은 대우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치와 관련해서는 “별도 기능으로 분할해 별도 책임자를 두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새롭게 임명된 서범수 사무총장도 30일 전임자인 성일종 의원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여연 개혁을 포함한 사무처 현안을 논의했다. 성 전 사무총장은 원장 임기 보장과 더불어 급여 등 직원 복지 향상, 사무처와 인적 교류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청사진 실현을 위해서는 최소 ‘재선 현역’ 또는 여연 이해도가 높은 ‘경력직’ 인사가 원장과 부원장 2~3명에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10 총선 낙선자를 중심으로 여연에 대한 불만이 쌓인 데다, 여연 내부 갈등이 있었던 만큼 정책 역량이나 전문성 외에 ‘조직 장악력’까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원내에서는 재선인 배현진(서울 송파을)·박수영(부산 남구) 의원과 초선 김재섭(서울 도봉갑)·김소희(비례)·박성훈(부산 북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 의원은 수도권·여성, 박 의원은 앞서 여연 원장을 지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원외에서는 여권의 청년 정치인 모임 ‘첫목회’ 간사이자 여연 부원장을 지냈던 이재영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재선 의원이 원장을 맡을 경우 부원장에 초선이 집중 배치되면서 전원 현역이 이끄는 여연이 탄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한동훈 지도부에서 원외 인사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원외 중심 인선이 단행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원외 문제라기보다는 여연이라는 오래된 ‘거대 정치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라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경쟁과 성과 압박이 사라진 지 오래인 오늘날의 여연은 공공기관이 겪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경쟁을 시키든, 내부 경쟁을 도입하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