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대 가구 늘자 주민공론화
예산 들고 주차장 비효율 야기 단점
늦은 시간 귀가하면 주차공간이 없어 주차장 주변을 돌기만 하던 입주민들이 지정·우선주차제도를 앞다퉈 건의하고 있다. “언제 들어오든 차 한 대는 주차를 할 수 있어야하지 않냐”는 것이 이같은 입주민의 입장이다. 다만 예산이 필요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주차장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29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단지 내 세대당 주차대수는 1대(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 0.7대) 이상으로 확보해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세대당 보유한 자동차가 2대 이상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차 갈등이 점화되는 모양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한 대는 무조건 주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 아래 지정주차, 우선주차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지정주차는 세대당 주차할 수 있는 자리(1면)를 정해두는 것이고 우선주차는 우선주차 구역과 다차량, 방문차량 주차 구역을 구분해 세대당 한 대는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도 관련 안건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은 “세대당 한대 주차는 권리인데 왜 이렇게 주차가 힘든지 모르겠다”면서 “주차장 밖 도로에 차 대고 걸어오는 것도 하루이틀”이라며 입대의에 주차장관리규정 변경을 요구했다. 경북 구미 한 아파트 단지입주민들도 “1차량 보유 세대도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정주차를 공론화했다. 경기도 오산 한 단지 입주민은 “주차자리가 없어 겨우 주차하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살짝 밟았는데 과태료를 내더라”면서 “세대당 한 대씩은 주차가 가능해야하는 게 아니냐. 지정주차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입대의에 건의했다.
물론 지정·우선주차 도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천 한 단지 입대의 회장은 입주민들의 지정·우선주차 도입 요청에 “지정·우선주차의 경우 예산 등이 확보되고 입주자 과반동의를 받아야 해 간단하게 시행 가능한 주차정책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지정·우선주차 대상이 아닌 차량은 극심한 주차난을 겪을 수 있고, 주말의 경우 대부분의 주차장이 빈 상태에서 일정 주차공간만 붐벼 주차장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같은 상황에도 지정·우선주차제를 도입하는 단지들은 나오는 중이다. 전남 순천 한 단지는 이번주부터 우선주차제를 시범운영한다. 부산에 위치한 한 단지도 올해부터 경차에 한해 지정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 단지도 우선주차제 도입을 두고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18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05만4366대로 집계됐다. 가구수(2177만 3507가구)를 기준으로는 가구당 1.19대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데,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 4월 기준 K-아파트(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국내 입주 단지(1139만 1527가구)의 가구당 주차공간은 1.05대로 조사됐다.
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