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타워즈’ 레이저대공무기 시연회
고정형 블록-Ⅰ 이어 이동형 블록-Ⅱ 개발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3, 2, 1, 발사”
연구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레이저빔을 맞은 표적 드론인 쿼드콥터가 눈 깜짝할 새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채 불똥을 흩뿌리며 추락했다.
30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는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 시연회가 진행됐다.
안흥시험장 5발사장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레이저대공무기가 발사부터 고도 20m, 거리 1㎞ 떨어진 표적 드론을 격추하기까지는 단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시간을 재기 위해 미리 준비한 시계 단추를 눌러볼 틈도 없었다.
안흥시험장 관람대에서 지켜본 또 한 차례의 드론 격추 시연 때도 마찬가지였다.
요격은 레이다 탐지, 표적 확인, 추적, 조준, 발사 순으로 진행됐는데 5개의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했다.
레이저대공무기가 레이저빔을 뿜자 고도 60m, 거리 1.5㎞ 떨어진 또 다른 표적 드론은 1초 남짓 뒤 바다 위로 추락했다.
관람대에 자리한 취재진 사이에서는 “오오” 짧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레이저대공무기는 ADD가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제기업으로 참여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871억원을 투자해 체계개발을 완료했다.
작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뒤 지난달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양산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군에 배치돼 운용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레이저 무기를 극도의 보안 속에 다루고 있는 가운데, 레이저 무기를 군에 실전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다.
방사청은 신속한 양산을 위해 작년 연말 사전 품질보증과 선생산을 승인했고,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부품 수급과 조립 등 양산 1호기가 생산되고 있다.
양산에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127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본 레이저대공무기 시제기는 국방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를 연상케 했다.
레이저를 발생·제어·통제하는 레이저발생장치와 레이저를 쏘는 빔집속기, 레이저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통합냉각장치, 그리고 표적을 탐지·확인·추적하는 안테나 모양의 표적위치확인장치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레이저발생장치 내 제어실에는 사격지휘를 하는 단장과 발사통제원, 연동통제원 등 3명이 탑승해 운용한다.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은 레이저를 무기체계에 적용한 ‘한국형 스타워즈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이다.
서용석 ADD 수석연구원은 “현재 개발된 레이저대공무기는 소형 무인기 대응을 위해 개발했는데 목적에 맞는 충분한 성능을 갖고 있다”며 “군이 전력화하는 용도로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박격포탄 요격이 가능한 100kW급도 연구중이며, 장기적으로 보다 출력을 높이면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부터는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Ⅱ 개발에도 착수한다.
ADD 관계자는 “내년부터 4~5년에 걸쳐 블록-Ⅱ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고정형인 블록-Ⅰ과 달리 블록-Ⅱ는 이동형으로 동급 이상의 레이저 출력을 비롯해 성능과 기능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Ⅰ의 독일제 레이저발진기도 국산화될 예정이다.
블록-Ⅱ는 개발 후 소형화·경량화를 거쳐 지상장비는 물론 항공기와 헬기, 함정 등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레이저 무기는 기존 대공무기와 달리 낙탄에 따른 피해 우려가 없고 탐지 즉시 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론적으로 전기만 있으면 무한대에 가깝게 발사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레이저 1회 발사 비용이 1달러(약 1400원) 수준이라는 계산도 나온 바 있다.
무인기는 물론 북한이 최근 새로운 도발 형태로 사용하는 쓰레기 풍선 대응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사는 까닭이다.
다만 레이저의 특성상 곡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고, 역광이나 습도, 난기류 등 기상에 민감하며 두터운 장갑 등 보호장치를 뚫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서 수석연구원은 “아직 레이저 무기는 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모든 과제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고, 지금과 다른 결합방식으로 일부 극복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