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매직’ 사상 최대 분기 매출, 실적 상승
“HBM3E 12단 4분기부터 고객사 공급”
내년 하반기 HBM4 12단 제품부터 출하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실적 추월 예상
[헤럴드경제=김현일·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2분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면서 올해 연간 실적 역시 과거 반도체 초호황기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붐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량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데다 낸드플래시 역시 흑자 전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4배(30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HBM 제품의 빠른 세대교체를 예고하며 업계 선두 지위를 더욱 견고히 다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HBM3E 12단 제품의 경우 올 4분기부터 고객사 공급을 본격화해 내년 상반기에는 HBM3E 8단 제품 공급량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6세대 제품인 HBM4의 경우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2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5조468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5조1900억원)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2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영업이익(20조8438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간 매출 역시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지원하는 새로운 PC와 모바일 제품 출시도 호재로 보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고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만큼 판매 증가로 실적 성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일반 메모리 제품 수요도 완연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내년까지 간다…“올 D램 매출 75%↑”=올해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5∼10%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D램 매출은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90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올 하반기 메모리 수요는 고사양 제품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AI PC 구동을 위한 메모리 사용량 증가와 저전력 메모리 채용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AI 기능을 구현한 스마트폰은 기존 하이엔드 모델보다 고용량 메모리를 사용하는 만큼 이들 제품의 출시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와 내년에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내년에 업계 전체 캐파(생산능력) 증가가 예상되지만 상당 부분이 HBM 생산에 활용되기 때문에 일반 D램 공급은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여기에 일반 D램 수요 회복이 가속화한다면 분기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 D램 수익성이 연간 단위로 가격 결정되는 HBM 수익성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세는 HBM3E…“올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력 제품인 5세대 HBM3E 공급을 빠르게 확대해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3분기를 기점으로 HBM3E 출하량이 4세대 HBM3를 역전하면서 올해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HBM3E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함께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부터 양산해 4분기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HBM3E 12단 공급량이 내년 상반기에는 HBM3 8단 제품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현 담당은 “8단에 비해 기술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이미 HBM3 12단 양산 경험이 있고 네트워크가 있어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0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6세대 제품인 HBM4에 대한 로드맵도 내놨다. 김규현 담당은 “HBM4는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출하를 예상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4 16단 제품은 2026년부터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어드밴스드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모두 검토하고 있고,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최적의 방식 선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담당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 대해 “HBM 공급사별로 적용하는 패키징 기술이 다르고 역량 리소스도 다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 효과는 업체마다 다를 것”이라며 “양산에 적용 하려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야 하고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철저한 품질 검증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신규 생산기지로 낙점했던 청주 M15X는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건설이 진행 중이다. 현재 부지 공사가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은 예정대로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생산시설 확장으로 올해 자본지출(CAPEX)이 연초 계획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는 영업현금흐름 범위 내에서 효율성 있게 투자를 집행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과급 규모도 월 기본급의 150%로 책정됐다. 솔리다임을 제외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0%을 넘으면서 올해 상반기분 생산성 격려금(PI)도 최대치를 지급하기로 했다. PI는 오는 26일 지급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의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 역시 ‘메모리 슈퍼사이클(대호황)’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해 조 단위 적자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2분기 영업이익은 6조원대로 전망된다. 오는 31일 확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