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가 있는 고을
이몽룡 실존인물 성이성과 정도전 이야기
내성천에선 봉화은어축제 족대 군단 장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낙동강과 여우천이 나뉘었다 합수되는 분천에 ‘7,8월의 크리스마스’가 있는 봉화는 태백산 자락 아래 낙동강 발원지가 멀지 않아 ‘산자수명(山紫水明: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음)’의 청량한 명당으로 꼽힌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여우천, 서쪽으로는 내성천, 낙화암천이 흘러, 땅의 80%가 산지인 봉화를 감싸며 적시고 있다.
조선건국의 이념을 제공한 ‘신권(臣權)의 거두’ 정도전(1342~1398), 춘향전 이몽룡 도령의 실존인물 성이성(1595~1664) 선생 등 많은 문신들이 터잡았던 곳이다.
전국 600여 곳의 누각과 정자 가운데, 봉화군에 가장 많은 103곳이나 있는 것은 그 만큼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신, 선비, 묵객들이 봉화에 머물거나 왕래했다는 뜻이다.
산이면 산, 물이면 물, 청정생태가 올바른 마음과 정신을 정화시키는 곳, ‘물의 흐름 대로 간다(水+去)’는 뜻의 자연법(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봉화는 정-관계 리더들이 파당과 쟁투로 점철된 중앙정치를 뒤로 하고 안빈낙도 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다.
요즘 봉화에선 이름만 들어도 심신이 시원해지는 청량산이 뜨고 있다.
▶봉화 청량산도립공원=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 도산면에 걸쳐 있는 청량산에 진입하면 경사진 지형 실개천의 재잘거림이 때론 작게 때론 크게 들리면서, 여행자에게 산행 초반부터 청량감을 선사한다.
청정생태의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예로부터 조선의 3대 기악(奇嶽)으로 꼽힌다. 같은 반열의 다른 산악은 청송 주왕산과 영암 월출산이다.
금탑봉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봉우리 12개, 8개의 동굴, 12개의 대와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세운 청량사를 비롯한 절터와 암자, 관창폭포 등 수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이름 그대로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청량산은 예부터 당대의 학자와 시인 묵객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남북국시대 최고 명필 신라 김생선생과 의상대사, 최치원 선생, 조선의 퇴계 이황 선생 등 숱한 명사가 찾았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남아 전설처럼 전해온다.
청량산은 퇴계의 청량산가에 나오는 6.6봉은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외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향로봉, 경일봉, 금탑봉, 축융봉 등 12봉우리를 말하며, 모두 바위병풍을 두른 듯이 산 위에 솟아있다. 또 신라 때의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김생굴을 포함하여 금강굴, 원효굴, 의상굴, 방야굴, 방장굴, 고운굴, 감생굴 등 8개 굴이 있다.
이 밖에도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는 독서대를 비롯하여 어풍대, 풍혈대 등의 12대가 있고, 최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총명해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가 있는데 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청량산 박물관과 만리대 전망대= 문화유산 오산당은 김생굴 앞에 있는데, 퇴계가 문인들과 강론하던 곳에 후학들이 세웠다고 한다. 청량산 남쪽 축융봉에는 옛 산성터가 남아 있는데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와 쌓았다고 하는 청량산성이다.
청량산은 1982년 8월에 경상북도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3월에 청량사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공원 일부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23호로 지정되었다. 공원 내에는 청량산박물관, 농경문화전시관, 관광안내소가 있다.
청량산박물관에서는 11월 2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청량을 읊다’가 열린다. 유학자들은 청량산을 유람한 뒤 시와 유람록 등 수많은 기록유산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퇴계 이황 등 조선시대 문인들이 청량산을 유람하고 그 감흥을 노래한 유산시(遊山詩)의 진면목을 대내외에 알리고, 창작 배경이 되는 청량산의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자로 된 유산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어로 번역한 134여 편의 한시와 관련 저자의 문집, 청량산의 사진, 영상자료 등을 전시한다.
청량산으로 연결된 명호면의 만리산전망대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량산을 제대로 보려면 이름도 낭만적인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 카페가 좋겠다.
▶봉화은어축제= 내성천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의 선달산(1,236m)에서 발원해 영주시, 예천군을 지나 문경시 영순면 달지리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내성천은 맑고 푸른 물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여름에는 내성천 일원에서 봉화은어축제가 열린다. 아이들, 예쁜 누나, 교회오빠, 아주머니, 아저씨, 어르신 할 것없이 저마다 족대를 들고 은어잡이에 나선다.
은어는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민물고기로, 오염되지 않은 낙동강, 섬진강 등 하천 상류의 청정 1급수에서 서식한다. 올해는 7월 27일(토)부터 8월 4일(일)까지 9일간 열린다.
내성천을 따라 조성된 내성천 생태공원도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겨울 만큼 핫한 분천산타마을 7,8월의 크리스마스, 스위스도 있다= 분천산타마을은 겨울(12월 ~2월)과 여름철(7월~8월)에 특별한 콘텐츠로 손님을 맞는다. 낙동강 물길에 여우천의 물길이 흘러든다고 해서 분천(分川)이라고 불린다.
분천역은 강원 태백 철암을 오가는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출발하는 역으로, 분천역 안팎에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꾸며진 분천산타마을을 만날 수 있다. V-트레인은 낙동강 상류를 따라 달리는 협곡열차로,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현재 특별 산타열차가 강릉과 분천을 오간다.
지붕에 'Santa Village'라고 새긴 분천역, 소망 우체통, 산타 소망 터널, 산타 카페, 먹거리 장터, 산타 슬라이드, 농·특산물 판매 부스, 대형 트리 등이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주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스노우하우스와 산타하우스, 루돌프하우스는 사진촬영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산타마을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마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낙동강 비경길 따라 걷는 세평 하늘길도 인기다. 4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출발점은 분천역에서 비동승강장까지 이어지는 4.3km 구간으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굽이굽이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체르마트 구간은 비동승장장에서 양원역까지 이어지는 2.2km로, 산골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난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5.6km 구간은 비경구간이다. 철길과 강을 따라 걸으면서 산간 오지마을을 체험할 수 있다. 낙동정맥 트레일은 비동승강장에서 비동마을을 거쳐 승부역으로 가는 산길로, 자연을 느끼고 여유를 찾아가는 느림의 길이다.
은어들이 뛰노는 1급수과 청량한 청량산의 건강함 속에 봉화는 국민들에게 7,8월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