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아닌 '철회'는 행정처분 위법성 인정하지 않는 것”
-“의대증원·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한 근본대책 없어…휴진 계속”
[헤럴드경제=김태열 선임기자]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 결정에 대해 의대교수들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교수들은 무리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보완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교수들 역시 휴진 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공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철회'하겠다고 명확히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서울 빅5 병원 A 교수는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복지부 입장은 진일보한 것"이라면서도 "철회는 하자 없는 행정행위에 대해 새로운 사유로 장래의 효력을 소멸한다는 뜻인데, 복지부는 행정처분이 애초에 위법이라는 것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후반기 모집에 재응시하면 특례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전공의 인력 상황을 타개하려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의대 증원과 전문가들과 상의 없이 복지부 마음대로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특례 적용 역시 이번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만 적용한다는 기상천외한 미봉책만 보더라도 오늘 복지부 발표는 어떤 것이든 뜯어고쳐서 '2천명 증원'을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반보 전진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행정처분 취소도 아니고 철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사직 시점과 관련해 병원과 전공의가 알아서 합의하라고 했다"며 "정부가 2월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을 때와 비교해 책임감이 없고 갑자기 발을 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월 수련 특례 적용은)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지원하라는 뜻"이라며 "전공의를 나눠서 컨트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특례가 주어지면 지뢰가 제거된 셈이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정책 자체가 바뀐 게 없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합의가 없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병원 B 교수도 "오늘 중대본 발표는 전혀 전공의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행정처분 '취소'가 아닌 '철회'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공의 사직 시점을 사직서를 제출한 2월로 인정해주지 않고, 당사자끼리 협의해서 각 병원의 계약에 따라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휴진하고 있거나 휴진 계획을 밝힌 병원의 교수들은 전공의 복귀가 요원하기 때문에 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B 교수는 "고려대 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12일부터 예정대로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기한 자율적 휴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부터 '진료 재조정'에 나선 서울아산병원의 최창민 교수는 "정부가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전공의를 협박하고 있어 달라질 것은 없다"며 "서울아산병원은 계획대로 진료 재조정을 지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