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해외 증시 거래액)/(개인 투자자 국내 증시 거래액)’ 비율 산출

올 상반기 7.68% ‘사상 최대’…7월 들어 9% 육박 해외 투자 급증세

올 들어 美 나스닥 22.91%·日 닛케이 22.91% 대만 가권 31.75% 상승

‘연고점’ 2800피 올해 상승류 6% 대 그쳐…코스닥은 ‘마이너스’

“국장 대신 미장” 숫자로 증명된 개미 민심…韓증시 대비 해외증시 개인 거래액 ‘역대 최대’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역점 과업으로 추진하는 등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까진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에 대한 거래액 대비 해외 증시에 대한 거래액 비율이 올 들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다.

韓 주식 투자액 10분의 1 만큼 해외 주식 사는 시대 눈 앞

5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를 통해 각 반기별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코스닥 내 거래액 대비 미국·일본·유로·중화권 증시 등 해외 증시 거래액 비율에 대해 분석했다. 거래액은 매수액과 매도액을 모두 합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시 거래액은 2058억4320만달러(약 284조1459억원)으로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거래액 3698조6900억원의 7.68%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주식 투자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반기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시 거래액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동학개미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21년 상반기(2077억4040만달러, 약 286조7648억원)다. 다만, 이 당시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거래액은 올해 상반기의 1.6배에 이르는 5858조14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대비 해외 증시 거래액 비중은 4.9%에 그쳤다.

지난 2017년 하반기 1.12%를 기록하기 전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거래액 대비 해외 증시 거래액의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이후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시 투자엔 속도가 붙으면서 2020년 하반기엔 해당 수치가 3.02%로 3% 대에 진입했고, 2021년 상반기 4.9%, 2021년 하반기 5.59%, 2022년 상반기 6.98%, 2022년 하반기 7.22%로 비율이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서학개미(미국 등 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 ‘일학개미(일본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 ‘중학개미(중화권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 등의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해외 증시 투자붐이 일기도 했다.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를 중심으로 한 ‘2차전지주(株) 광풍’이 불며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액이 급증했던 작년 한해 5% 대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다시 7% 대로 진입하며 역대 최고치까지 갈아치웠다.

올해 하반기는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3거래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거래액(81조2333억원) 대비 해외 증시 거래액(52억1887만달러, 약 7조2041억원) 비율은 8.87%로 또 다른 신기록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국장 대신 미장” 숫자로 증명된 개미 민심…韓증시 대비 해외증시 개인 거래액 ‘역대 최대’ [투자360]

20~30%씩 오른 ‘사상 최고’ 美·日 주식 못 참지

개인투자자가 올 들어 코스피·코스닥 대신 해외 증시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 1순위로는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던 ‘수익률’ 격차가 꼽힌다.

올 상반기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시 거래액 중 95.69%를 차지한 미국 증시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와 나스닥 등 대표 지수의 연이은 ‘사상 최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51% 오른 5537.02, 나스닥 지수는 0.88% 뛴 1만8188.30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 신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만 S&P500·나스닥 지수는 각각 16.75%, 22.91%씩 올랐다.

개별 종목으로 봤을 때도 올해만 166.31% 오르며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 주도한 대장주 엔비디아를 필두로 ARM(144.11%), 마이크론(66.16%), TSMC ADR 75.47%, 브로드컴(59.32%) 등 주요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함께 ‘매그니피센트(M)7’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24.24%), 애플(19.34%), 아마존(31.79%), 메타플랫폼(47.26%), 알파벳(34.27%) 등의 강세가 이어지며 국내 개인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액 1위(138억9800만달러)에 올라있고, 엔비디아(2위, 130억1195만달러), 애플(3위, 49억527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위, 33억6399만달러), 알파벳(6위, 26억2758만달러), 아마존(9위, 16억9766만달러), 메타플랫폼(15위, 7억6081만달러) 등이 뒤를 따르는 중이다.

이 밖에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 4만913.65에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더 높였고, 대만 가권지수도 전날 2만3522.53으로 또 다시 역대 최고 수준에 올랐다. 두 지수도 올 들어 각각 22.91%, 31.75%씩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전날 종가 기준 2824.94에 장을 마치며 연고점을 기록, 2022년 1월 21일(2834.29)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올 들어서만 6.39% 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1% 전후를 오갈 정도로 미국, 일본, 대만, 유럽 증시에 비해 답답한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 지수는 올해 ‘마이너스(-2.97%)’ 수익률을 보인 만큼 개인 투자자에게 한국 증시는 해외 주요국 증시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세제 인센티브’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내놓는 등 하반기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겠단 의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가 부양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내 증시 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실제 사실 여부를 떠나서 국내 증시에선 대주주의 권리만이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개인 주주에 대한 보호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면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재검토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 주주환원 확대 등의 조치 시행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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