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해커톤 르포…올해 주제 ‘생성형 AI’
토론 진행뿐만 아니라 게임 등 즐길거리도 마련
허세홍·허윤홍 사장도 현장 방문해 직원들 격려
GS, 허태수 회장 취임 이래 AI 경쟁력 강화 속도
“미래는 생성형 AI와 함께…임직원 AI 능력 키워야”
〈난 누구, 여긴 어디〉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3일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서울에서 열린 GS의 혁신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4 GS그룹 해커톤(이하 해커톤)’. 약 600여평 규모의 행사장에서 열린 해커톤은 기존의 경직된 경연 대회와 달리 콘서트장에서 들을 수 있는 박수 소리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400여명의 임직원들은 모두 PLAI(PLay with AI)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생성형 AI와 관련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장 한 켠에는 기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휴식 시간 때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VR) 게임기,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등도 마련돼 있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GS 해커톤은 매년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주제는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현장 업무에 즐겁게 활용하자는 의미를 담은 ‘PLAI with GenAI’이다. 참가자 간 충분한 토론을 위해 행사는 1박 2일로 진행됐다.
올해 해커톤은 다른 경연 대회와 달리 1등을 선발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혜택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AI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김진아 ㈜GS 상무보는 “디지털로 조직이 전환이 되는 건 어려운 만큼,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MZ세대 신입사원부터 50대 팀장까지 다양한 세대의 직원들이 참석했다. 참가자 중 77%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군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직원들은 나이, 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영어 닉네임을 불렀다.
지방에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상경하기도 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규(가명) 책임은 “첨단 기술 기반의 생산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사용할 때마다 개선점이 느껴진다”며 “생성형 AI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 직원 4명과 같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은 ▷고연령층을 위한 식단관리 솔루션 ▷서류분류 시스템 ▷웹툰을 통한 안전의식 교육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AI에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했다.
올해로 2번째 해커톤에 참석한 한민준(가명) GS글로벌 매니저는 “해커톤을 통해 실제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해커톤에 처음 참석한 조진희(가명) GS리테일 매니저는 “평상시에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AI에 대해 직원들과 오랫동안 토론하기 힘들지만, 해커톤을 계기로 AI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GS그룹 사장단들도 참석, 직원들을 격려했다. 직원들의 요청에 함께 셀프카메라(셀카)를 찍기도 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해커톤에 대해 “현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경험하는 불편)를 가장 잘 아는 구성원들이 직접 디지털 전환(DX)를 하는 분위기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S칼텍스 생산라인에 AI,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GS칼텍스 여수 공장은 디지털 혁신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라며 “젠(Gen) AI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전 세계가 AI 개발에 힘쓰고 있는 만큼 GS도 그 흐름에 맞춰야 한다”며 “AI 회사들은 많지만 우리들이 직접 (AI 시스템을) 만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GS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생성형 AI 기반의 통번역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GS는 해커톤 외에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AI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GS GenAI 커넥트데이’를 진행, 구성원들끼리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술 노하우를 공유했다.
잇따른 AI 대회는 2020년 허태수 GS그룹 회장 취임 이래 모두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AI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 경영방침 발표에서 “생성형 AI 등장과 함께 현장 직원들이 직접 DX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사 전반에서 많은 임직원이 생성형 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함으로써 업무 혁신을 가속화하자”고 강조했다.
GS그룹은 디지털 혁신을 확산하기 위해 52g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52g는 GS 계열사와 협업해 다양한 AI·디지털전환(D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4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만 약 100여개에 달한다. GS스포츠와는 스포츠 팬들의 의견을 빅데이터화, 경기장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
올해부터는 IT 전문가 중심의 DX 활동을 사업 현장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한 달 간 각 계열사의 DX 담당 인력 약 40명을 한 자리에 모아 합동 근무를 시행했다. 고위 경영진 차원에서는 GS그룹 내 사장단이 모두 참여하는 ‘AI 디지털 협의체’를 매 분기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사장단이 직접 생성형 AI 사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외부 강의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AI 산업 중심지 중 한 곳인 시애틀에서 해외 사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허 회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생성형 AI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회의 기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와 AWS(아마존 웹 서비스)도 방문해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한 실제 사례들을 살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