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항공 투어 이스탄불, 스톱오버 여행④
-골든혼과 마르마라해가 감싸는 구시가지1
[헤럴드경제(이스탄불)=함영훈 기자] 인천을 떠나 최종 목적지 체코 프라하 가는 길에 터키항공이 튀르키예 이스탄불 환승객에게 제공하는 무료 여행-식사 투어 ‘투어이스탄불’ 서비스를 예약했다.
6~24시간 머무는 환승객들에게 이스탄불 대표 명소와 유적지를 방문하고 보스포러스 해협의 근사한 경험, 품격있는 튀르키예 전통요리를 경험토록 해주는 무료 시티투어이다.
만약 20시간 이상 머물며 1박을 해야하는 여행객은 ‘스탑오버(Stop-over)’를 예약하면 터키항공이 공짜로 고급 호텔을 제공한다.
▶히포드럼 스타디움은 어디로 갔나= 이스탄불에 도착하면 초행자든 재방문자든 무조건 들르는 곳이 바로 골든혼만(灣)과 남쪽 마르마라해가 감싸는 반도 즉, 구시가지 [히포드럼-그랜드바자르-토프카프궁전-예니카피항구] 지역이다.
이곳에 가는 이유는 초행자라면 반드시 이들 걸작 세계문화유산을 보아야 이스탄불 여행을 한 것이 되고, 몇 년 만에 다시 가는 여행자에게도 동·서양을 다 품은 이스탄불 헤리티지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이 늘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블루모스크에서 아야소피아 모스크(성소피아성당)까지 이르는 구역엔 ‘말의 광장’이라는 뜻의 히포드럼광장이 있다. 네 마리의 말이 한 조가 되어 수레를 이끄는 대전차 경기장이 있던 자리이다.
2000년전 무렵 동-서 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옛 이름)과 로마의 대전차 경기가 투톱이었다. ‘벤허’ 제작진이 영화로 재현한 경기장은 이스탄불 히포드럼에 있던 경기장의 옛 그림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
40줄의 계단식 좌석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 경기장에선 대전차 경주 뿐 만 아니라, 정치집회, 검투사 대결 등도 했다.
대전차 경주장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원형경기장은 튀르키예가 이탈리아보다 많다. 콜롯세움 규모의 대형경기장만 해도, 안탈리아, 사갈로소스, 파묵칼레, 에페스 등 곳곳에 있다. 그만큼 동로마의 문화체육이 서로마 보다 왕성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로마가 5세기에 망하고, 동로마(비잔틴)는 1000년 뒤에야 오스만투르크에 패망하는데, 이탈리아 중심의 서로마가 더 부각된 것은 서로마를 무너뜨리고 이 족보를 자기 것으로 만드려던 세력들이 비잔틴 문명을 애써 평가 절하했기 때문인 듯 하다.
▶클레오파트라의 것이 이스탄불에?= 히포드럼 광장에 세워진 300t 무게의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15세기에 이집트가 만들어 당시 수도였던 룩소르 카르낙 신전에 있던 것이다.
이집트가 마케도니아에 지배당한 뒤, 로마 카이사르와 이집트 왕 클레오파트라의 결혼동맹으로 로마가 이곳을 지배한 이후, 데오도시우스 황제가 룩소르 것을 이곳으로 옮겼다.
역사책에서 배운 대로 로마는 4세기 콘스탄티누스황제, 데오도시우스 황제때 제국의 기틀을 탄탄히 하고, 새로이 손에 넣은 이집트와 그리스의 찬란한 문명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중요 문화유산을 이전했다. 나중에 뚜렷한 근거 없이 로마의 계승자임을 주장한 신성로마제국 주도 세력 중 일부도 같은 일을 벌인다.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한 김에, 그녀의 외도, 즉 안토니우스 동로마 군사령관과의 밀회 여행의 자취는 튀르키예 남부지방 뮬라,시데 등지에 많다는 점도 전한다.
▶메카와 동급 블루모스크 시공, 실수였을까= 블루모스크(슐탄아흐멧 모스크)는 오스만 제국의 아흐멧 1세가 성소피아 성당의 건축양식을 모방해 1616년 세운 이슬람 사원이다. 1층에서 카메라 광각으로 촬영하면, 하늘을 닮은 여러 동그라미(아치)를 우러러보며 교인들이 착하게 살겠다고 기도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다.
보통의 이슬람 사원은 4개의 첨탑(미나렛)을 갖고 있는데 비해 블루 모스크는 6개의 첨탑을 거느린다. 당시 6개의 첨탑은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의 메시드 알 하람 사원에만 있었기에, 메카 이외의 지역에서 6개 첨탑 사원을 세우는 것은 ‘불경스런 일’이다.
왕이 노기를 띠며 추궁하자, 공사책임자는 “알튼(금)으로 만들라는 말씀을 알트(6)로 잘못 들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상황은 석연치 않다. 공사란 하루아침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고 국가 대역사이므로 수시보고를 받았을텐데, 수년의 첨탑 공사과정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작업을 멈춰 수정할 일이지, 공사 내내 방관하다가 준공 후에 화를 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성소피아성당이라는 크리스트교 최고의 건축물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지은 만큼, 왕(슐탄)도 은근히 이슬람 최고의 성지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들어 방관하다가, 나중에야 공사책임자를 짐짓 추궁한 것 아니냐는 소수 추론도 있다.
메카 측은 이스탄불의 소식을 듣고 페이스 리프트(부분개조) 공사를 시작해 모스크 수를 7개로 늘려 최고 권위를 지켰다. 블루모스크 내부엔 메카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메카의 상징인 검은 장막(카바)을 설치하고 신성시한다.
▶‘기차의 왕’과 아가사 크리스티= 한편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르는 ‘골든 혼’ 입구, 구시가지 쪽의 시르케지 기차역은 1883~1977년 이스탄불~파리간 특급열차가 운행되던 종착역이었다. ‘기차의 왕’으로 불리던 노선이다.
추리소설작가 아가사 크리스티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소설에서 이 역을 심플론(Simplon) 오리엔트 특급으로 종착역으로 묘사했다. 역에 들어가면 기차가 더 이상 가지 않는 지점에 아가사크리스티의 얼굴 부조가 있다.
시르케지역에서 골든혼 해변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에윱광장과 에윱 슐탄 모스크를 만난다. 에윱광장은 이슬람 사람들이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다음으로 신성시하며 성지순례 하려는 곳이다.
정복자 메흐멧이 무하마드의 제자 에윱슐탄의 무덤위에 지었다. 새로운 슐탄이 즉위할 때 성검을 수여받는 의식이 치러지던 성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에윱모스크는 마드라사, 묘지, 목욕탕, 공용 주방이 있는 거대 단지로 조성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