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성과 미반영…루키리그 자취 감춰
운용사에 출자자 다양성 요구
악화된 건전성 지표…캐피탈·보험사도 난항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연기금·공제회의 출자사업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가 속속 단계를 밟아 진행되는 가운데 운용자산(AUM) 수천억원 규모의 미드캡 운용사(GP) 간 출자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관출자자가 중소형 운용사에 대한 위탁출자 규모를 대폭 줄이며 프로젝트·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려는 복수의 중소·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울러 캐피탈·보험 등 비(非)은행권 또한 대체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며 운용사의 자금조달 환경이 저하되는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GP가 PEF 결성을 위한 출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대기업집단의 사업재편 움직임과 PEF 운용사의 투자금회수(엑시트) 시도로 인해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띌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와는 대비된다.
공무원연금은 최근 1400억원의 자금을 굴릴 운용사 선발사업에서 프로젝트펀드 회수성과를 반영하지 않아 많은 GP가 아쉬움을 삼켰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펀드 트랙레코드를 쌓아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도전하지만 다음 단계로 진출할 사다리가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설립초기 운용사를 발굴하는 루키리그는 또한 최근 수년 새 자취를 감췄다. 루키 등용문으로 인식됐던 새마을금고의 수시·정시 출자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새마을금고는 하반기 출자사업 재개 여부를 저울질 중이지만 출자비리 여파로 인해 운용사 선정에 허들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새마을금고 출자비중이 높았던 몇몇 운용사는 올해 기관출자자의 뷰티콘테스트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시는 등 출자자(LP) 다양성을 요구받기도 했다.
이외에 전담자산운용제도(OCIO) 형태로 기금을 운용하는 한 기관은 하반기 예정된 출자사업에서 루키리그 신설을 검토했으나 신설하지 않는 것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파악된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큰 하우스에서 몸 담으며 실력을 입증 받았던 이들이 주로 독립하기 때문에 이들의 퍼포먼스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개인역량에 대한 기대로 자금을 출자하더라도 매칭과 클로징이 어려운 상황이라 대형 GP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리그 분류가 희미해지는 반면 해외 자금줄이 막힌 외국계 대형사가 국내 기관을 찾게 된 것도 GP 간 경쟁 심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각 사 출자액이 250억원에 불과한 한국원자력공단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에 MBK파트너스 등이 지원·선정돼 업계 시선을 끌기도 했다.
설 곳을 잃은 중소형 GP들은 캐피탈·보험사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악화된 건전성 지표가 PEF 결성의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저축은행(6.9%)과 캐피탈(4.65%)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금융권 전체 연체율 평균(2.7%)을 웃돌았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자본적정성 비율 관리를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그 충격이 투자업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캐피탈업계가 위험가중자산(RWA) 기준을 기존보다 4분의1 가량 낮추면서 PEF 운용사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RWA란 손실률 익스포져(한도)를 감안해 위험정도에 따라 부여하는 가중치로, 미리 설정한 한계를 상회할 경우 캐피탈사의 신규 영업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뜻한다.
때문에 투자자산 옥석가리기를 통해 중형보다는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PEF 시장이 회귀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형사 GP 비중은 2022년 39.6%에서 지난해 35.4% 등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투자업계는 한동안 이와 같은 경향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