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압도적 찬성률’ 파업권 획득
정년연장·순이익 30% 성과급 등 요구
기아 내달 2일 상견례…업계 강대강 대결 가능성↑
“내수 부진 속 수출 동력 하락” 우려도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권을 전격 획득하며 사측과 ‘강대강 대립’을 예고하고 나섰다. 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GM한국사업장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까지 도미노 파업과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전날 전체 조합원(4만3160명)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 결과, 4만1461명(투표율 96.06%)이 투표하고 3만8829명(재적 대비 89.97%, 투표자 대비 93.65%)이 찬성했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도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서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5년 연속 무분규가 종료된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출범식과 첫 회의를 열고 파업 여부와 구체적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사는 지난달 23일 교섭 대표단 상견례를 하고, 한 달여 동안 협상을 해왔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이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전기차 시장 침체 등 회사가 처한 글로벌 경영환경을 고려했을 때 노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앞서 열린 8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글로벌 누적 판매 1억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와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올해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정액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정년연장과 신규인원 충원,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등도 주요 요구안이다.
기아 역시 올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노사는 내달 2일 단체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아직 본격적인 협상 전이지만, 노조 측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권 확보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측은 지난 24일 노조에 상견례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전동화 전환기를 맞아 자동차 산업 내 보호 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하반기 내수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노사가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공동 노력을 통해 기아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제고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 역시 교섭 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노조 측은 “현대차 사측이 일괄 제시안을 내놓고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반해 현대모비스 사측은 구체적인 제시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로 파업 분위기가 확산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GM한국사업장 노조는 지난 17~18일 조합원 총회에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총원 대비 87.2%로 찬반 투표를 가결시킨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대폭 상향, 정당한 성과 분배,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줄파업에 나설 경우 내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호황인 수출 분야까지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차 노조의 파업 여부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조 측 역시 파업을 ‘최후의 카드’로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