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매출 발생’ 약속한 2분기 일주일도 안남아
금융업계선 하반기 납품 성사 기정사실화
까다로운 품질테스트…2분기 극적 납품 성공할까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 시작을 약속한 2분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4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2분기부터 HBM3E 매출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엔비디아와의 품질 테스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분기 납품은 어려우며 하반기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극적인 2분기 내 납품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5일께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체 매출 70조~75조원, 영업이익 8조~8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예상 영업이익은 약 4조5000억원이다. DS부문의 2분기 실적 개선 폭은 HBM의 엔비디아 공급 성공 여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물량 납품 시작부터 그 수주 대금이 곧바로 매출에 잡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HBM3E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사업화는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8단 제품은 이미 초기 양산을 개시해 빠르면 2분기 말부터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도 2분기 중 양산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언한 2분기 납품은 성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엔디비아와 함께 품질 테스트를 진행한지 수개월 째이지만 속도, 발열, 전력소모량 등 여러 요인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만큼 예상 보다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HBM 품질 인증 한 번에 1000시간 이상의 테스트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으로, 일반 범용 D램보다 높은 기술적 난이도가 요구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HBM 납품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몰려드는 AI 가속기의 주문을 맞추기 위해 대량의 HBM이 필요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까지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HBM 납품과는 무관하게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기존 범용 D램 대신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범용 D램 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범용 D램보다 생산설비가 약 3배 더 필요하다. 한정된 D램 생산라인에서 HBM 물량이 늘어나면 범용 D램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범용 D램 가격은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PC용 DDR4(16GB) 제품의 가격은 1분기 27달러에서 2분기 29.7달러로 상승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하반기 구형 D램인 DDR3 수요가 공급량을 20~30%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3 생산 중단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용 D램 가격 상승은 전체 D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여기에 낸드 시장도 서버에 탑재되는 기업용 SSD 수요 확대를 필두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 2분기 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17~22%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 DS부문은 오는 26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HBM의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기술 및 성능 개선 전략과 하반기 D램 및 낸드 시장 전망에 따른 사업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부회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글로벌 전략회의인 만큼, 강도 높은 혁신 주문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