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집단휴진 참여율·전공의와 갈등도 여전

의견 수렴 없었던 ‘무기한 휴진 선언’…불협화음

‘의료계 대표 강경파’…대정부 투쟁 어떻게 될까

임현택 ‘돌발 리더십’ 흔들…‘입틀막’부터 ‘무기한 휴진’까지[취재메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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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의 ‘돌발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의협이 회원 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한 채 ‘무기한 휴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각 지역 의사협회장들은 ‘처음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공의 대표가 의협 주도로 꾸려지는 ‘범의료계대책위원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역시 임 회장으로선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임 회장과 전공의 사이의 갈등과 저조한 휴진 참여율 등으로 인해 임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9%’ 불과했던 집단휴진 참여율·전공의들과 갈등도 여전

임 회장은 현재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의료계 집단휴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휴진 첫 날인 18일 의사들의 휴진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 회장이 의료계 안팎의 결속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조사한 의료계 집단휴진 참여율은 휴진 당일 오후 4시 기준 14.9%에 머물렀다. 이는 2020년 의협 집단휴진 첫 날 참여율인 32.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동네병원 개원의들의 휴진 동참이 낮았던 배경에는 정부의 행정처분 등에 대한 부담,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휴진 참여 병의원에 대한 불매 여론 등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전공의 대표와의 내부 갈등도 임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전공의 대표는 19일 의협이 구성하겠다는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범대위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임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임 회장은 박 비대위원장과 여러 차례 불편한 관계를 드러냈다. 임 회장은 박 비대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는 글을 올리자, 한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등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의 대정부 3대 요구안인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별도 논의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취소 및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에 대해서도 전공의 7대 요구안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돌발 리더십’ 흔들…‘입틀막’부터 ‘무기한 휴진’까지[취재메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내부 의견 수렴 없었던 ‘무기한 휴진 선언’…불협화음 논란도

임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정부가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다만 이 같은 무기한 휴진 방침에 사전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의료계 내부에선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우선 27일 무기한 휴진이라는 발표를 집회 현장에서 갑자기 듣고 당황스럽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의사회장들도 임 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한 휴진의 적절성이나 찬반은 전혀 논하고 싶지 않다”며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의 회무에서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회장은 “투쟁의 중심과 선봉에 서 있는 전공의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모자라 대의원회, 광역시도회장, 감사조차 무시하는 회무는 회원들의 공감을 받기 힘들다”며 “의협은 임 회장 1인의 임의 단체가 아니고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한 공식 단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기한 휴진의 실현 가능성과 그 내용의 적절성에 관한 찬반은 별론으로 하고, 의사결정 회무 방식과 절차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며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임현택 ‘돌발 리더십’ 흔들…‘입틀막’부터 ‘무기한 휴진’까지[취재메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논란 몰고 다닌 ‘의료계 대표 강경파’…대정부 투쟁 어떻게 될까

지난 5월 취임한 임 회장은 의협회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시절에도 다양한 고소·고발 사건에 휘말렸고, 과격한 발언과 행동으로 주목 받았다. 일부 의료인들 사이에서 임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건 이 같은 과거 행적과도 무관치 않다.

임 회장은 의협회장으로 당선되기 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혐의 등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다만 임 회장은 본인에 대한 고소·고발 건 외에도 그간 이해관계가 얽혔던 의료계, 정치계, 법조계 인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에 적극적이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으로 선출된 2016년 이후로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고소·고발 건만 최소 50건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지난 1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 방문에 나섰다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전원’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와 당시 정청래 최고위원·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등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임 회장은 지난 2월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사들을 ‘의새’라고 표현했다며 그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3월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의료인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강행됐다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임현택 ‘돌발 리더십’ 흔들…‘입틀막’부터 ‘무기한 휴진’까지[취재메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019년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면서 행사장에서 ‘드러눕기 시위’를 벌였다.

임 회장은 돌발 행동으로도 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2019년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에 반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럼에서 단상 앞에 드러눕는 침묵시위를 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 관련 의견을 전하러 왔다며 대통령경호처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입을 틀어막히고 퇴거당한 일도 있었다. 이 밖에도 임 회장은 의협회장 당선 이후 외국인 의사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에 대한 신상공개 및 인신공격 논란 등을 일으키며 많은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2차 무기한 집단휴진은 임 회장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협은 20일 의대교수 단체, 대한의학회 관계자 등과 함께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미 전공의 단체가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에 맞선 의료계의 목소리를 결집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