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호중 구속기소…음주운전 혐의는 제외
정황증거 있지만 유죄 선고 어렵다는 판단
檢, ‘의도적 추가 음주’ 처벌 규정 신설 요구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지 40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를 구속기소했지만, 경찰이 규명에 집중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검찰은 김씨가 사고 당시 상당량 음주한 상태라고 결론냈지만, 김씨가 음주 측정을 회피해 사고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조직적 사법 방해로 음주운전 처벌이 어려워진 대표적 사례”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말 경찰은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음주운전 혐의를 포함시켰는데, 이 혐의는 결국 기소단계에서 빠졌다.
경찰과 검찰 모두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시간 경과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31%라고 파악했다. 또 당시 폐쇄회로(CC)TV, 법 보행 분석 등을 통해 음주를 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검찰 역시 “김호중 아파트와 주점 등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호중이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음을 규명했다”고 했다. 다만 김호중이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음주운전을 했다는 정황 증거는 있지만, 혐의 입증까지는 어려웠던 것이 음주운전 혐의가 빠진 이유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위드마크를 적용해 수치가 나왔을지언정, 이로 인해 음주운전 혐의에서 유죄를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검사출신인 김경환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는 “위드마크를 적용해서 0.031%라는 수치가 나왔는데, 예전에는 0.050%부터가 처벌 수준이어서 혈중알코올농도 0.030~0.050% 사이에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무죄가 나온다”며 “판사 입장에서는 양형 사유에서 앞서 음주운전을 한 걸 고려하기 때문에 처벌수위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유흥주점에서 김씨가 소주 3병 이상을 먹었다는 걸 검찰이 입증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입장에선) 진술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는 등 음주운전 혐의는 유죄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검찰의 자체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앞서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방송인 이창명 씨도 2016년 4월 교통사고를 낸 지 20시간 여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술 주문 내역이 적힌 음식점 계산서와 대리운전 업체와의 통화 내역, 사고 당시 방범카메라 영상 등을 근거로 이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봤지만, 결국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남편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도 음주운전 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가해자는 19일 만에 자수했지만,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수치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만 음주운전 혐의가 빠졌다고 해서 형량에는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YTN 뉴스퀘어 2PM’에 출연한 박주희 변호사는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에서 가장 무거운 범죄는 도주치상”이라며 “사고를 내고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도주한 것에 대한 처벌이 ‘1년 이상’의 징역이라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징역 30년 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호중 씨 사건을 “조직적 사법 방해로 인해 음주운전 처벌이 어려워진 대표적 사례”라며 “음주 후 의도적인 허위 진술과 추가 음주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술을 마신 이후 음주측정을 피하려 추가로 음주를 하고,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강요하고, 경찰 조사를 피해 도피해 있었던 점 등을 ‘조직적 사법 방해’로 본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입법 건의했다. ‘의도적 추가 음주 행위’가 적발되면 음주 측정 거부죄와 마찬가지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것이다.
김문수 법률사무소 내일 변호사는 “음주운전은 현장에서 적발을 안하면 수치를 측정할 수가 없다”며 “음주운전 단속에서 측정 거부를 하면 수치가 나오지 않아도 처벌하는 것처럼 술을 마셨으면 음주운전을 추정하는 규정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시민들의 안전은 보장될 수 있지만 피고인의 권익은 보호가 어려워진다”며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